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왼쪽),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사진=각 사)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을 목표로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전환 시대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자처한 양 사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수소사업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최근 호주 그린수소 시장 선점 계획을 세우고 추진에 나섰다. 건설과 생산,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모든 단계에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호주 그린수소 시장 선두 주자 입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17일 일본 미쓰비시 상사 자회사인 글로벌 에너지 전문기업 DGA와 손을 잡았다.
삼성물산과 DGA는 호주 그린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 공동개발과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양사는 서호주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발전 단지를 조성한다. 이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서호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한국과 일본 시장 등에 공급한다.
삼성물산은 앞서 지난 3월 치요다화공건설(치요다)와도 '스페라(SPERA) 수소' 기술을 활용한 수소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페라 수소는 톨루엔이라는 화학물질을 첨가해 원거리 이동과 저장이 용이한 메틸시클로헥산(MCH) 형태로 변환 후 이송해 수소를 분리 하는 방식이다. 수소가 상온·상압 상태로 유지돼 안정적인 운반과 저장이 가능한게 특징이다. 그린수소사업에서 생산과 공급을 넘어 운송 및 저장 기술까지 갖추면서 밸류체인 모든 단계를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소 변환·추출 플랜트 건설 협력을 통해 수소 운반·저장 분야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수소 분야를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 관련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6일 오스트리 OMV와 에너지 전환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OMV가 지난해 3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순환경제 모델에 대한 2030전략을 발표한 뒤 투자와 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유럽 에너지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는데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그린수소를 통한 글로벌 에너지 시장 공략 성과도 가시화돼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 3월 1분기 실적발표 뒤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오만 그린수소개발 프로젝트에 투찰 후 적격후보군으로 포함돼 사업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시장 확장 기회도 꾸준히 모색 중이다. 미국 에너지·인프라 개발관리기업 글렌판그룹의 100% 자회사 글렌판 에너지트랜지션이 삼성엔지니어링과 칠레그린수소사업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소 사업 확대 의지는 투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사업투자계획의 절반가량인 780억 원을 수소플랜트 등 신사업분야에 배분했다. 이후 실제 수소생산과 변환, 탄소포집기술분야에서 벤처투자 3건을 집행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그린수소사업 확대 움직임은 그룹사를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 퍼진 탄소중립 비전에 맞춘 발걸음이자 건설사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행보이기도 하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건설산업 해외수주 관련 리포트에서 “중동아프리카(MENA) 발주시장에서 발주 색깔의 확연한 변화가 감지된다”며 “단기적으로는 가스 업스트림 프로젝트와 2017~2018년 뒤 발주가 지연됐던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가 시장을 이끌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초대형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