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서현역 인근에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커피 등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으나, 인근 게임사와 IT 업체 직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출퇴근시 이어폰과 스마트폰 사용이 꺼려지고 사방을 둘러보게된다는 전언이다. 개인 호신용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점심 저녁 약속도 꺼려진다고 호소한다.
지난 3일 서현역에서는 피의자 최원종(22)이 백화점 인근 도로에서 차를 몰고 돌진해 1명을 숨지게 하고, 건물 내부에서 흉기를 휘둘러 13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분당 최대의 번화가인 서현역은 평일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큰 충격을 줬다.
당시 사건이 벌어진 서현역 백화점 건물과 그 인근 건물에는 여러 게임사와 IT 업체 직원들이 근무 중이었다. 백화점 건물에서 근무하는 게임 개발자 A씨는 사건 당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외근을 나갔다 복귀하려는데 급히 직원들이 연락해와 회사로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칼부림이 벌어진 서현역 내부는 부상자들과 시민, 경찰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내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공포에 떨며 한 동안 퇴근을 하지 못했다. 퇴근을 위해서는 사건 현장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외근 나간 직원들도 불안해하며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엔씨소프트, 넥슨 등 판교에 위치한 게임사들은 리더들에게 지시, 급히 직원들의 안부를 확인했다. 사건 발생 시각은 오후 6시 경으로, 하필 퇴근 시간과 맞물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임사 직원들은 대부분 신분당선이나 수인분당선을 이용한다. 서현역과 판교역은 불과 2km 거리이기도 하다.
사건 이후 만난 또 다른 게임사 직원 B씨는 “서현역에서 자동차로 행인을 친 자리를 보니, 제가 종종 버스를 타기 위해 지나가던 장소였다”며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제가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현역에 위치한 게임사 위메이드플레이는 4일 긴급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사건의 충격도 컸지만, 서현역과 오리역 등에서 추가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불안감을 더했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주말에는 서현역은 물론 수내역, 이매역, 미금역, 판교역 등의 역사는 물론 플랫폼 내부에도 경찰들이 배치돼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불안감에 호신용품을 구입한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B씨는 “불안한 마음에 삼단봉을 구입했다”며 “저 뿐만 아니라 주위 지인들 중에도 호신용품을 산 사람들이 제법 된다”고 말했다. 게임사 직원들끼리 호신용품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또 다른 판교 게임사 직원 C씨는 “출퇴근은 물론 외근을 나갈 때도 괜히 불안하다”며 “이어폰이나 스마트폰도 잘 사용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주위를 경계 하면서 걷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9일 오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10일 최원종을 살인과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흉기 난동 피해자 중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인 사람은 8명이다. 이 가운데 20대 여성 한 명은 위중한 상태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