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엔씨소프트 R&D센터. (사진=엔씨소프트)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가 연이은 테러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오후,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는 사내 공지를 통해 긴급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한 게임 유튜버 방송 댓글창에 엔씨소프트 앞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내용이 올라왔다는 경찰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직원의 안전을 위해 긴급 재택근무를 결정한 것”이라며 “직원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원칙 하에 최대한 신속하게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날 분당경찰서는 경찰관 10여명을 투입해 엔씨소프트 사옥을 점검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직원들은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인해 한 차례 충격을 받은 상태다. 경기도의 게임사들은 대부분 사건이 발생한 서현역과 판교역, 정자역 인근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건 이후에도 게임업계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인과 테러 예고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흉기 난동 사건 다음날, 서현역에 위치한 위메이드플레이는 전사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이달 10일에는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팀 T1 소속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에 대한 살해 협박 게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프로 리그를 주최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선수들과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해 즉각 보안 강화 조치에 나섰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LCK 서머 최종 결승진출전 및 결승전 현장에서는 금속 탐지기가 설치됐다. 입장을 위해서는 가방과 소지품 확인도 이뤄졌다. 캔과 유리병에 담긴 음료는 반입이 금지되어 종이컵에 옮겨 담아야 했다.
컴투스도 지난 12일 직원을 상대로 한 협박성 게시글이 올라와 모회사 컴투스홀딩스 직원들까지 긴급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경찰은 “컴투스를 찾아가 칼부림하겠다”는 협박성 게시글을 작성한 40대 남성을 입건했다. 이 남성은 ‘컴투스 프로야구 V23’에 과금을 했으나 게임에 불만을 갖고 커뮤니티에 이 같은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에는 호요버스가 주최한 ‘원신’ 여름 축제 행사장에 폭발물을 들고 가겠다는 글이 SNS에 올라와, 행사가 중단되고 관람객 수백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게임사 직원은 “과거에도 게임 운영에 항의하는 유저들이 찾아온 적은 있지만, 요즘처럼 직원이나 프로게이머를 무작정 죽이겠다는 협박은 아니었다”며 “사회 분위기가 너무 흉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