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국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한 '리니지 라이크' 소송 1차전에서 판정승을 거두면서다. 법원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스템을 창의적인 '저작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유사한 게임의 서비스 중단 판결을 이끌어내면서 경제적 이익을 보호해야할 '성과물'로 인정했다. 엔씨소프트가 향후 다수의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상대로 더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가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엔씨는 지난 2020년 웹젠이 선보인 MMORPG 'R2M'이 자사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가 웹젠에게 소송에 나선 논거 두 가지는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다. 이에 따라 웹젠의 'R2M'의 서비스 종료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엔씨의 '리니지M'이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 대상인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인정하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게임과 매우 유사한 방식의 피고 게임이 출시되면서 원고가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원고(엔씨)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 청구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광고·복제·배포·전송·번안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10억 원 및 이에 대해 2021년 6월 2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웹젠의 'R2M'이 '리니지M'과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유사하나 저작권 침해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양 사는 판결 이후 항소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항소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다시 책정해 받겠다는 입장이다. 웹젠은 항소와 함께 'R2M'의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해 강제집행정지 신청도 계획 중이다. 웹젠 관계자는 "엔씨의 저작권 침해 주장이 기각됐음에도 법원이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려 즉각 항소해 다툴 것"이라며 "강제집행정지 신청 등을 통해 R2M의 서비스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인덱스의 8월 20일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 일간 매출 순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이 1위에 올랐으나 그 밑으로는 위메이드와 카카오게임즈의 게임들이 나란히 5위권을 휩쓸었다. ■ 균열 난 '리니지' 천하, 법적 대응으로 다시 패권 잡을까 엔씨는 그동안 국내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MMORPG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왔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5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1년간 국내 양대 앱마켓 통합 기준 매출랭킹 상위 5개 게임에는 '리니지M'과 '리니지W', '리니지2M' 등 이른바 '리니지 3형제'가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리니지 라이크'의 범람으로 매출 순위가 흔들리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일간 마켓별 순위를 보면 전날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에서 '리니지M'이 1위 자리를 지켰으나 '리니지W'와 '리니지2M'은 모두 5위권 밖으로 밀렸다. 빈자리는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와 카카오게임즈의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 '아키에이지 워'가 채웠다. 승승장구하던 엔씨의 실적도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경쟁작 다수가 출시한 영향으로 꺾였다. 올해 2분기 '리니지W'의 매출이 10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이 됐다. '리니지2M'의 매출은 6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5% 감소했다. '리니지M'은 1278억원의 매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18% 줄었다. 이에 따라 엔씨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71% 감소한 성적표를 받았다. 엔씨는 웹젠과의 소송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향후 '리니지 라이크' 경쟁작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이미 지난 4월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면 소송에 나서는 등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게임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시에도 엔씨는 저작권 침해와 함께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 엔씨와 카카오게임즈의 소송전도 웹젠의 사례와 유사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MMORPG의 일부 콘텐츠나 시스템은 결이 같을 수 밖에 없지만 분명히 게임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아트 디자인과 같이 조금 더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할 규제안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라이크’ 소송 1차전 판정승…게임산업 지형도 바뀔까

경쟁작에 밀린 엔씨소프트 '리니지 3형제', 경제적 보호 필요한 성과물 인정
타사 '리니지 라이크' 게임 서비스 지속 가능성에 생긴 '물음표'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8.21 16:05 | 최종 수정 2023.08.22 17:10 의견 0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국내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한 '리니지 라이크' 소송 1차전에서 판정승을 거두면서다.

법원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스템을 창의적인 '저작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유사한 게임의 서비스 중단 판결을 이끌어내면서 경제적 이익을 보호해야할 '성과물'로 인정했다. 엔씨소프트가 향후 다수의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상대로 더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가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엔씨는 지난 2020년 웹젠이 선보인 MMORPG 'R2M'이 자사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시스템을 모방했다며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가 웹젠에게 소송에 나선 논거 두 가지는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다. 이에 따라 웹젠의 'R2M'의 서비스 종료와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엔씨의 '리니지M'이 부정경쟁방지법의 보호 대상인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인정하고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 게임과 매우 유사한 방식의 피고 게임이 출시되면서 원고가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원고(엔씨)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한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 청구를 인용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광고·복제·배포·전송·번안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10억 원 및 이에 대해 2021년 6월 2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웹젠의 'R2M'이 '리니지M'과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유사하나 저작권 침해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양 사는 판결 이후 항소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항소를 통해 손해배상금을 다시 책정해 받겠다는 입장이다. 웹젠은 항소와 함께 'R2M'의 지속적인 서비스를 위해 강제집행정지 신청도 계획 중이다.

웹젠 관계자는 "엔씨의 저작권 침해 주장이 기각됐음에도 법원이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려 즉각 항소해 다툴 것"이라며 "강제집행정지 신청 등을 통해 R2M의 서비스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인덱스의 8월 20일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 일간 매출 순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이 1위에 올랐으나 그 밑으로는 위메이드와 카카오게임즈의 게임들이 나란히 5위권을 휩쓸었다.

■ 균열 난 '리니지' 천하, 법적 대응으로 다시 패권 잡을까

엔씨는 그동안 국내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MMORPG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왔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5일부터 올해 2월 14일까지 1년간 국내 양대 앱마켓 통합 기준 매출랭킹 상위 5개 게임에는 '리니지M'과 '리니지W', '리니지2M' 등 이른바 '리니지 3형제'가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리니지 라이크'의 범람으로 매출 순위가 흔들리고 있다. 모바일인덱스 일간 마켓별 순위를 보면 전날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에서 '리니지M'이 1위 자리를 지켰으나 '리니지W'와 '리니지2M'은 모두 5위권 밖으로 밀렸다. 빈자리는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와 카카오게임즈의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 '아키에이지 워'가 채웠다.

승승장구하던 엔씨의 실적도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경쟁작 다수가 출시한 영향으로 꺾였다.

올해 2분기 '리니지W'의 매출이 10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이 됐다. '리니지2M'의 매출은 6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5% 감소했다. '리니지M'은 1278억원의 매출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10.18% 줄었다. 이에 따라 엔씨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71% 감소한 성적표를 받았다.

엔씨는 웹젠과의 소송이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향후 '리니지 라이크' 경쟁작에 대한 지속적인 대응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이미 지난 4월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 '리니지2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면 소송에 나서는 등 '리니지 라이크'라 불리는 게임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시에도 엔씨는 저작권 침해와 함께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다. 엔씨와 카카오게임즈의 소송전도 웹젠의 사례와 유사한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MMORPG의 일부 콘텐츠나 시스템은 결이 같을 수 밖에 없지만 분명히 게임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아트 디자인과 같이 조금 더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할 규제안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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