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블라인드 화면 캡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계정 도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블라인드에 경찰청 직원 계정으로 살인 예고 글을 올려 체포된 이용자가 일반 회사원으로 드러나면서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는 전날 30대 남성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21일 블라인드에 경찰청 직원 계정으로 “오늘 저녁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칼부림한다. 다들 몸 사려라”라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블라인드 업체에 불만을 품고 살인 예고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하루만에 A씨가 잡히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으나, 블라인드에는 계정 거래와 도용, 사칭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그가 전직 경찰청 직원도, 현직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블라인드에는 “의사 계정 300만원에 거래되나 봐” “계정 사고 파는 것 비일 비재하다” “블라인드도 이제 믿을게 못된다” “블라 직업 믿는 사람이 있냐”라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대표적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회사 이메일 인증 등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본인의 직장이 표시된다. 현직 직장인들만이 익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으로 각광 받았으나, 그 통념이 깨진 것이다.
특히 블라인드는 국내 IT 업체, 게임 업계,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하는 업계 분위기나 다른 회사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정 거래와 도용 사례가 드러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 불신이 커지는 모습이다.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나 커뮤니티, 오픈채팅방에서는 특정 직업이나 회사의 블라인드 계정을 사고 파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블라인드 측은 계정 거래 이용자는 적발 즉시 차단하는 등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도용되거나 사칭한 계정이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지 미지수다.
판교의 한 IT 업체 직원은 “이제 블라인드는 회사 인증을 거치는 디시인사이드 같은 느낌”이라며 “회사 이야기 보다는 소개팅이나 미팅 커뮤니티 느낌이 강해져, 고액 연봉의 전문직 계정이 거래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IT 업체 관계자는 “퇴직이나 이직 이후에도 계정을 유지할 수 있어, 과거에도 현직 여부에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사건으로 블라인드에 대한 불신이 더 커 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가입 후에도 재직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