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뷰어스DB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을 ‘자전거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목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평소 한강변에서 주로 따릉이를 이용해왔던 터라 자전거 자체의 결함이 아닌 이상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예컨대 기자의 퇴근길에도 마포구청역에서 내려 따릉이를 대여한 후 불광천을 따라 응암역에서 반납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기사를 위해 평소 달리던 한강변은 물론, 과감히 시내를 달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취재 때문이었지만, 자전거를 대여함과 동시에 후회가 밀려왔다.
본격적인 주행 상황을 설명하기 전에 간단히 대여 과정과 이용 요금 등의 기본 정보를 먼저 짚고 가도록 한다.
2019년 10월 기준, 따릉이 이용요금은 일일권의 경우 1시간은 1000원, 2시간은 2000원이다. 대여 시간을 초과했을 경우 5분당 200원의 추가금이 발생한다. 정기권의 경우 7일(1시간권 3000원, 2시간권 4000원), 30일권(1시간권 5000원, 2시간권 7000원), 180일권(1시간권 1만5000원, 2시간권 2만원), 365일권(1시간권 3만원, 2시간권 4만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1년 이용권을 구매했다면, 반납하고 다시 빌리는 식으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비회원용 일일권 중 2시간권을 구매했다. 메인 화면에 표시된 대여소를 클릭해 비치된 자전거를 선택하면 대여가 완료된다. 단 따릉이는 ‘예약’ 개념이 없다. 때문에 대여소에서 결제를 진행해야 한다. 앱으로 대여를 완료했다면, 선택한 자전거의 홈 화면을 눌러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하고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한다. 도로 한복판에서 시작되는 주행은 아슬아슬했다. 처음엔 도로의 심각성을 직접 느껴보고자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렸다. 하지만 정차를 해놓은 차량, 쌩쌩 달리는 차량들 사이에서 눈치를 봐가며 ‘추월’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갑자기 끊기는 자전거 도로도 운전자를 난감하게 했다.
자전거도로를 통해 직진을 하다가 갑자기 전용도로가 사라지면서 차도만 남았다. 결국 자전거를 들고 인도로 올라갔고,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걸어야 했다. 다른 자전거 운전자들은 주행 중인 차량 옆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지만, 거침없이 끼어드는 버스와 택시를 보고 있자니 이러다 진짜 ‘천국’을 갈 것 같아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선택을 했다.
사진=뷰어스DB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역촌동주민센터부터 응암역까지 네이버지도 기준으로 650여m, 시간으로는 단 2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하지만 도로 상황 때문에 이 거리에서 15분 남짓의 시간을 써야했다. 다행히 불광천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천변에는 차가 돌아다닐 일도 없고,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를 잘 구분해 놓아 어려움 없이 주행이 가능했다. 반납할 때도 역 근처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긴 마찬가지였다.
자전거를 반납한 후 어플에는 나의 대여·반납 내역이 확인이 가능하다. 이용시간부터 거리, 칼로리가 표시된다. 80분이 넘는 시간을 탔는데 고작 400kcal밖에 소모되지 않았다니.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와 함께 어플에서는 탄소절감효과도 볼 수 있는데 무려 4.34kg. 환경보호에 나의 두 다리가 약간의 힘을 보탠 걸로 칼로리의 허무함을 달랬다.
따릉이 체험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도로 인프라였다. 물론 자전거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는 구간도 있었지만, 자전거우선도로라고 적힌 곳은 대부분 유명무실했다. 자전거 우선도로에서는 인도에 바짝 붙어 주행하는 자전거 운전자들, 그리고 그 옆을 쌩쌩 달리며 경적을 울리는 위협적인 차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전거 이용자는 목숨을 담보로 도로를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몇 번의 이용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대여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앞서 수차례 대여에 실패했던 적이 있다. 대여소 거치대가 아닌 옆 자전거에 연결된 따릉이를 사용할 때의 문제인데, 시간 내에 제대로 이를 분리하지 못해 다시 어플에서 대여 자전거 번호를 선택하고 대여하길 반복했던 경험도 있다.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위한 친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