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기자협회가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긴급토론회를 18일 가졌다. (왼쪽부터) 해기협 간사 박지연 한국일보 기자, 해기협 회장 이주환 부산일보 선임기자, 권오인 경실련 사무국장,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현 전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운영본부장), 한종길 성결대 교수,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 (사진=손기호) “매각은 타이밍인데, 시기도 후보도 마땅치 않아.” “인수 후 영구채 또 있어서 사명감 있는 대기업 안 나서.” HMM 인수 후보들이 내달 본입찰을 앞두고 총력전을 펼이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LX·하림·동원 등 중견 그룹이 입찰적격후보로 선정돼 지난달 6일부터 실사에 나섰다. 하지만 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에서는 눈에 띄는 후보가 없다고 지적한다. HMM은 한국 수출입의 첨병역할을 할 기간산업이기에 인수 후에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운산업을 이끌 후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한국해양기자협회는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현직 HMM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와 산업계 시민단체가 모여 우려의 목소리부터 방향제시까지 펼쳤다. 학계에선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한종길 성결대 교수, 업계에선 김종현 전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운영본부장)과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이 참석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권오인 경실련 사무국장이, HMM 사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이 참석했다. 좌장으로 나선 김인현 교수는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코로나19 시기 3년간 역대급 실적을 낸 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이 매각에 나섰다”며 “LX·하림·동원 그룹이 인수에 적격후보로 추려졌지만 낙찰시 우려되는 점, 유찰 가능성 등 매각 절차가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종길 교수는 “매각은 타이밍인데 지금 시기와 후보가 마땅치 않다고 본다”며 “HMM이 올해 들어서 빠르게 영업이익 감소폭이 커지고 있고 해운경기지수도 2019년보다 더 안좋은 800 이하로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HMM을 인수하겠다는 세 후보가 인수 후 6~7년을 견딜 수 있는 재무적 건전성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격’이라는 말처럼 인수를 성공해도 회사 자체가 무너진다든지 혈세 동원해서 살려놓은 회사가 엉망이 되는 사례가 있다”고 우려했다. HMM 민영화는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인수 후 돌아오는 영구채 3억주가 또 있어서 대기업이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종현 전 해진공 본부장은 “HMM은 가능하면 빨리 민영화 해야 한다. 정부의 우산 아래서 계속 있으면 예전에 한진해운이나 과거 현대상선 시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며 “HMM이 80만TEU가 넘고 유럽연합(EU) 4개 선사 중 작은 곳이 160만TEU이기에 인수자는 장기 플랜을 가지고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본부장은 “지난 3년간은 코로나19 특수였고 현재는 해운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며 “자생적으로 견딜 수 있는 내실을 갖춘 후보가 인수에 나서야 하는데, 매각 지분 40%정도 이후 2024~2025년에 영구채가 다시 돌아오면 3억주가 넘어서 사명감을 가진 대기업이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기자협회가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긴급토론회를 18일 가졌다. (왼쪽부터) 권오인 경실련 사무국장,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현 전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운영본부장), 한종길 성결대 교수,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 (사진=손기호) 산은 등 매각자의 책임감 있는 자세도 지적됐다. 5, 10년 후까지도 고려한 매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산은 회장이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지 않느냐’라는 인터뷰를 했는데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얘기”라며 “과거 대한통운이 금호그룹에 인수됐다가 금호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대한통운도 크게 상처를 입고 다른 회사에 인수된 사례가 있다. 불과 5년 전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산은은 새우든 고래든 5~10년 뒤는 모르겠다는 식의 자세로 임하면 안 된다”며 “과거 한진해운은 파산하고 현대상선을 살려야 한다며 5개년 계획으로 6조원 이상의 혈세를 투입한 회사가 HMM인 만큼 제대로 짝을 지어줘야 한다. 3개 인수 후보에 대해선 재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실장은 “HMM은 현재 26만TEU를 발주했으니 2~3년 내에 100만TEU는 이룰 수 있다고 보지만, 항만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투자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는 같은 기간 400만~600만TEU로 성장할 것이고, 요즘은 종합물류로 항공, 철도 등과도 연계한다. 그럼 어떤 기업이 인수에 나서야 할지 답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도래할 영구채 정리와 경영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7년간 근속 중이라는 이기복 HMM 육상노조위원장은 “(후보로 나선) 동원, 하림, LX가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빠진 데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현재 구주와 신주자산 등 4억주 입찰이 대상이지만,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서 주식 수량은 변경될 수 있다는 애먼 조항 때문에 대기업들이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명확한 입장으로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이 아닌 지역에서 인수하는 방향의 새로운 지배구조 방식 제시도 나왔다. 한종길 교수는 “독일 하팍로이드 선사의 경우 2대 주주가 함부르크시로, 50% 지분을 하팍이 경기가 어려우면 함부르크시에서 지분을 늘린다”며 “함부르크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하팍을 유지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러한 지배구조를 두고 민간과 함께 부산항만공사나 인천항만공사가 일정 지분을 갖게 하고 산은 지분을 인수해 정기선사의 얼라이언스가 지분을 가지고 외국 선사가 협력하겠다고 하면 들어와도 괜찮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경실련에선 주가 하락에 대해 지적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산은이 기업구조조정을 해왔는데 큰 틀에서는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기금, 국민연금도 주주로 참여하고, 산은이 갖고 있는 구주도 있다. HMM 주가 하락으로 인해서 CB 전환 전후로 비교하면 국익이 손실을 보고 있다고 평가된다. 본인들 매각만 추진하면 다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호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국회에서 이런 문제가 거론돼야 한다”며 “산은이나 해진공에 대해서 대안 제시를 해야 한다. 전환사채로 인해서 기업가치가 희석됐다. 5만원 넘던 주가가 현재 1만4000원대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시기·후보 마땅치 않아…영구채 때문 대기업 안 나서” ‘HMM 매각’ 성토

해양기자협회 토론회 개최…전현직 HMM 관계자·학계 등 머리맞대

손기호 기자 승인 2023.10.18 15:45 | 최종 수정 2023.10.19 10:07 의견 0
한국해양기자협회가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긴급토론회를 18일 가졌다. (왼쪽부터) 해기협 간사 박지연 한국일보 기자, 해기협 회장 이주환 부산일보 선임기자, 권오인 경실련 사무국장,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현 전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운영본부장), 한종길 성결대 교수,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 (사진=손기호)


“매각은 타이밍인데, 시기도 후보도 마땅치 않아.”

“인수 후 영구채 또 있어서 사명감 있는 대기업 안 나서.”

HMM 인수 후보들이 내달 본입찰을 앞두고 총력전을 펼이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LX·하림·동원 등 중견 그룹이 입찰적격후보로 선정돼 지난달 6일부터 실사에 나섰다.

하지만 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에서는 눈에 띄는 후보가 없다고 지적한다. HMM은 한국 수출입의 첨병역할을 할 기간산업이기에 인수 후에도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운산업을 이끌 후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18일 한국해양기자협회는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 10층 강당에서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현직 HMM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와 산업계 시민단체가 모여 우려의 목소리부터 방향제시까지 펼쳤다.

학계에선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한종길 성결대 교수, 업계에선 김종현 전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운영본부장)과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이 참석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권오인 경실련 사무국장이, HMM 사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이 참석했다.

좌장으로 나선 김인현 교수는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코로나19 시기 3년간 역대급 실적을 낸 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이 매각에 나섰다”며 “LX·하림·동원 그룹이 인수에 적격후보로 추려졌지만 낙찰시 우려되는 점, 유찰 가능성 등 매각 절차가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종길 교수는 “매각은 타이밍인데 지금 시기와 후보가 마땅치 않다고 본다”며 “HMM이 올해 들어서 빠르게 영업이익 감소폭이 커지고 있고 해운경기지수도 2019년보다 더 안좋은 800 이하로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HMM을 인수하겠다는 세 후보가 인수 후 6~7년을 견딜 수 있는 재무적 건전성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일각에서 지적하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격’이라는 말처럼 인수를 성공해도 회사 자체가 무너진다든지 혈세 동원해서 살려놓은 회사가 엉망이 되는 사례가 있다”고 우려했다.

HMM 민영화는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인수 후 돌아오는 영구채 3억주가 또 있어서 대기업이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종현 전 해진공 본부장은 “HMM은 가능하면 빨리 민영화 해야 한다. 정부의 우산 아래서 계속 있으면 예전에 한진해운이나 과거 현대상선 시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며 “HMM이 80만TEU가 넘고 유럽연합(EU) 4개 선사 중 작은 곳이 160만TEU이기에 인수자는 장기 플랜을 가지고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본부장은 “지난 3년간은 코로나19 특수였고 현재는 해운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며 “자생적으로 견딜 수 있는 내실을 갖춘 후보가 인수에 나서야 하는데, 매각 지분 40%정도 이후 2024~2025년에 영구채가 다시 돌아오면 3억주가 넘어서 사명감을 가진 대기업이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기자협회가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긴급토론회를 18일 가졌다. (왼쪽부터) 권오인 경실련 사무국장,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종현 전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투자본부장(전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운영본부장), 한종길 성결대 교수,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 (사진=손기호)


산은 등 매각자의 책임감 있는 자세도 지적됐다. 5, 10년 후까지도 고려한 매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산은 회장이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지 않느냐’라는 인터뷰를 했는데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얘기”라며 “과거 대한통운이 금호그룹에 인수됐다가 금호그룹이 어려움을 겪고 대한통운도 크게 상처를 입고 다른 회사에 인수된 사례가 있다. 불과 5년 전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산은은 새우든 고래든 5~10년 뒤는 모르겠다는 식의 자세로 임하면 안 된다”며 “과거 한진해운은 파산하고 현대상선을 살려야 한다며 5개년 계획으로 6조원 이상의 혈세를 투입한 회사가 HMM인 만큼 제대로 짝을 지어줘야 한다. 3개 인수 후보에 대해선 재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실장은 “HMM은 현재 26만TEU를 발주했으니 2~3년 내에 100만TEU는 이룰 수 있다고 보지만, 항만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투자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는 같은 기간 400만~600만TEU로 성장할 것이고, 요즘은 종합물류로 항공, 철도 등과도 연계한다. 그럼 어떤 기업이 인수에 나서야 할지 답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도래할 영구채 정리와 경영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7년간 근속 중이라는 이기복 HMM 육상노조위원장은 “(후보로 나선) 동원, 하림, LX가 문제가 있다는 것 아니지만, 대기업들이 빠진 데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현재 구주와 신주자산 등 4억주 입찰이 대상이지만,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서 주식 수량은 변경될 수 있다는 애먼 조항 때문에 대기업들이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명확한 입장으로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이 아닌 지역에서 인수하는 방향의 새로운 지배구조 방식 제시도 나왔다.

한종길 교수는 “독일 하팍로이드 선사의 경우 2대 주주가 함부르크시로, 50% 지분을 하팍이 경기가 어려우면 함부르크시에서 지분을 늘린다”며 “함부르크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하팍을 유지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는 “이러한 지배구조를 두고 민간과 함께 부산항만공사나 인천항만공사가 일정 지분을 갖게 하고 산은 지분을 인수해 정기선사의 얼라이언스가 지분을 가지고 외국 선사가 협력하겠다고 하면 들어와도 괜찮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경실련에선 주가 하락에 대해 지적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산은이 기업구조조정을 해왔는데 큰 틀에서는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기금, 국민연금도 주주로 참여하고, 산은이 갖고 있는 구주도 있다. HMM 주가 하락으로 인해서 CB 전환 전후로 비교하면 국익이 손실을 보고 있다고 평가된다. 본인들 매각만 추진하면 다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국호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국회에서 이런 문제가 거론돼야 한다”며 “산은이나 해진공에 대해서 대안 제시를 해야 한다. 전환사채로 인해서 기업가치가 희석됐다. 5만원 넘던 주가가 현재 1만4000원대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