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 이원만 디렉터. (사진=유튜브 방송 캡처)
국내 게임사들이 이른바 ‘집게 손가락’ 논란에 대해 거듭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28일 여성단체와 정치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게임사들을 비판했으나, “모든 혐오 표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던전앤파이터(던파)’ 개발사인 네오플의 이원만 디렉터는 28일 오후 유튜브 채널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했다. 판교 넥슨코리아 앞에서 여성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된 이후다. 여성단체들은 넥슨 등 게임사들의 행보에 대해 페미니즘 혐오몰이로 규정했다.
방송에서 이원만 디렉터는 “던전앤파이터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반대한다”며 “처음 공지드렸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개발진들이 특정 외주사의 작업물에 그치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타인에 대한 혐오가 담겨 있는 리소스가 없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던전앤파이터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최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문제 되는 부분이 있다면 고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모험가분들께 불쾌감을 드리는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이후에도 절대로 용납할 생각이 없다는 부분 다시 한번 강조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외주 애니메이션 업체 ‘스튜디오 뿌리’가 여러 게임사들의 홍보 영상에 남성을 조롱하는 표현을 고의적으로 삽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스튜디오 뿌리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넥슨 뿐만 아니라 스마일게이트, 님블뉴런, 네오위즈 등 다양한 게임사들이 대응에 나섰다.
같은날 스마일게이트의 김윤하 PD는 스튜디오 뿌리에서 제작한 ‘에픽세븐’ PV 영상 중 특정 혐오 문화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PD가 공식 커뮤니티에 공유한 애니메이션 영상 리스트는 무려 20여개에 이른다.
김 PD는 “그간 외주 업체를 통해 제작된 애니메이션과, 해당 리소스가 활용된 다수의 콘텐츠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치를 진행하고자 시일이 소요되고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진행 상황에 대해 공지를 통해 추가적으로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스마일게이트 대표 게임인 ‘로스트아크’ 또한 게임 내 혐오 표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로스트아크’ 금강선 디렉터는 “특정 혐오 문화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은근슬쩍 게임에 녹아들어 유저들에게 불쾌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개발자들이 함께 노력한 공동의 결과물에 피해를 입힐 수 있으며,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굉장히 엄중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금 디렉터 설명에 따르면, ‘로스트아크’ 개발진은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논란 여지가 있는 이미지와 모션 등을 교체 중이다. 굳이 특정 장면에서 해당 표현을 할 이유가 없다면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수정하겠다는 설명이다.
펄어비스는 기존에 공개되어 있던 ‘도깨비’ 홍보 영상 2개를 비공개 처리했다. 아직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음에도, 유저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님블뉴런의 ‘이터널 리턴’ 등 다른 게임사들도 공지와 라이브 방송으로 게임 내 혐오 표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