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넥슨코리아 앞에서 열린 여성·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 (사진=백민재 기자)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의 배수찬 지회장이 최근 불거진 이른바 ‘메갈 손모양’ 사태에 대해 사상검증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배수찬 지회장은 3일 유튜브 채널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해 논란이 된 사안을 언급했다. ‘지식백과’는 게임 개발자 출신 방송인 김성회씨가 운영하는 게임 유튜브 채널이다.
이번 사건은 넥슨이 지난달 말 공개한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 속 캐릭터의 집게 손가락 모양을 두고 유저들이 “남성혐오의 상징”이라며 항의했고, 넥슨은 영상을 비공개하고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한국여성민우회와 시민단체들이 “페미니즘 몰이”라며 넥슨을 규탄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상황이다.
이날 배수찬 지회장은 “유저들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검수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 제기가 있어서 살펴봤더니, 의심이 가는 점이 많아서 일단 전수 조사를 위해 (영상들을) 내렸다. 이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그냥 일을 했을 뿐인데 욕을 먹어 억울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넥슨 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를 내비치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1월 28일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진행된 넥슨 규탄 기자회견에 민주노총도 함께 이름을 올렸으나, 정작 넥슨 노조와는 아무 상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진행자 김성회씨가 민주노총의 반응을 묻자 배 지회장은 “일단 당황하는 것 같다”며 “절차에 대한 문제를 화섬식품 노조를 통해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민주노총) 계신 분들이 게임을 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히스토리나 손 동작에 대해 얼마나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지는 잘 모르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한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 (사진=유뷰트 캡처)
그는 민주노총에 대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바란다”면서도 “수 틀리면 탈퇴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넥슨 노동조합은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게임회사 노동조합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다.
배 지회장은 사상검증이나 페미니즘 몰이, 여성혐오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누군가가 SNS에 뭘 썼는지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면 된다”며 “손가락이 발견되었고, 그 수가 너무 많아 조사를 했다.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으로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유저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들어간 것은 사실이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사상검증이 될 수가 없다. 특정인이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이 조치는 말이 된다.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회사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성회씨가 “이걸 만든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페미니즈트건 마초건 나치건 상관없이, 누가 했는지 모르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는 뜻이냐”라고 묻자 배 지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 영상 속 문제의 장면은 트위터를 통해 지목 된 ‘스튜디오 뿌리’ 여성 직원이 아니라, 다른 남성 애니메이터가 연출하고 그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그린 사람의 성별이나 사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배 지회장의 입장이다.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메이플스토리’ 영상. (사진=넥슨 유튜브 캡처)
그는 넥슨 노조가 입장을 정리할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설문으로 정할까 생각도 했다. 설문은 결과대로 하면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면서 “하지만 설문을 하면 너희의 몇 %가 찬성하고 몇 %가 반대했는지로 마녀사냥을 당할 게 뻔했다. 당시 모였던 노조 집행부들이 만장일치로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검수가 필요한 것인가, 우리가 사상검증을 하는 것인가라고 했을 때, 그것도 ‘아니다. 그냥 일의 영역이다’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만장일치가 나올지 몰랐는데, 이것도 만장일치였다”고 전했다. 게임업계를 비판하는 정치권이나 여성단체의 주장이 실제 노동자들과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나타내는 발언이다.
배 지회장은 과거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Fake Love’에서 ‘니가’라는 가사를 해외 팬들이 불편해하자 가사를 수정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흑인을 비하하는 ‘Nigga’와 발음이 같기에, 비하할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가사를 바꾼 사례다. 가수 싸이가 ‘챔피언’ 후렴 중 ‘니가’라는 가사를 관객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불렀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핵심은 의도와 상관없이, 어떤 표현 자체에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맥락이 이해될 때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사회가 공감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