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65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를 완료했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내일(27일) 방위사업청에서 군사기밀 유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가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최대 5년까지 제재를 받게 되면 기본설계를 수주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 ■ 방사청, 27일 부정당업체 심의…HD현대 “감점에 추가 제재, 경쟁력 저하 우려” 26일 방사청에 따르면 오는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 및 결정할 예정이다. 부정당 업체로 지정되면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기 때문에 KDDX 건조 사업 등의 수주가 물 건너간다. 총 7조8000억원대에 이르는 KDDX 건조 사업은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만드는 사업으로,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올해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입찰이 예정됐다. 현재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통상적으로 기본설계를 맡은 곳이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지만, HD현대중공업은 이번에 방사청이 부정당 업체로 지정하면 입찰 참가에 제동이 걸린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방사청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입장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다만 기본설계를 맡은 곳에서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아 설계 관련 탑재나 설계 통합에 대해서 논의가 되곤 한다. 사업의 안전성이나 연속성을 위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1.8점이라는 감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입찰 제한이라는 추가 제재가 들어가면 특수선 사업부 근로자도 (빠져나갈) 문제가 있고, 국가 산업은 단일 기업이 하지 않는 구조라서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설명을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 HD현대중공업, 1.8점 감점 받고 있어…0.14점차로 수주 못하기도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보안 감점을 받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4년 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으로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군함 등 특수선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에 오는 2025년 11월까지 1.8점의 강력한 보안 감점을 적용하고 있다. 사실상 1.8점은 당락을 결정하는 엄격한 징계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해군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III 5·6번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과정에서 한화오션이 평가 점수 91.8855점으로, HD현대중공업의 점수 91.7433점 대비 0.1422점 차이로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방사청이 이번에 HD현대중공업을 입찰 제한을 결정하면 과다 제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제재 받을 경우, 수출 위주 수주 전략 펼칠듯 아직까지는 HD현대중공업이 뚜렷한 출구전략을 내놓고는 있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만 있다. 하지만 제재가 확실 시 되면, KDDX 사업은 수주가 어려운 만큼 목표 수주액을 달성하기 위해선 회사는 수출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실 예시로 최근 HD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방산 기업인 영국 밥콕(Babcock) 사와 해외 수출을 위한 잠수함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조선 분야에서, 밥콕은 방산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가졌다. 이를 통해 잠수함 수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왼쪽 5번째)와 밥콕 미션시스템 사업 닐 마이젤 최고기업업무책임자(오른쪽 4번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최근 경기도 성남의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첫 공기불요장치(AIP)를 탑재한 1800톤급 잠수함을 기술도입 방식으로 건조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3000톤급 잠수함 기본설계와 건조 등 다양한 규모의 잠수함 개발과 건조 기술도 가졌다. 여기에 수출형 호위함, 원해경비함(OPV) 표준선을 개발해 필리핀으로부터 호위함, 초계함, 원해경비함 등을 수주하는 등 수출 경쟁력을 갖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방사청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입장을 내기에는 이르다”며 “방사청 결정에 따라 입장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사회·정치권, 제재 찬반 입장 팽팽 지역사회에서는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추가 제재가 국가 방위사업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최근 방사청에 HD현대중공업이 함정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서를 제출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부가 축소될 경우 조선업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국회의원도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위원장이자 국회 국방위 소속 이채익 의원과 산자위 소속 권명호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8조원에 육박하는 KDDX에 HD현대중공업이 과거 보안사고를 이유로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는 것은 독점 논란을 야기하고 세계적 수준의 방위 산업 기술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 의원은 “KDDX 군사기밀 절도 사건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방사청법에 따른 공정하고 엄격한 심의와 신속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방사청 제재 심의 앞둔 HD현대重, 대응책은?

“1.8점 감점에 추가 제재는 가혹”…제재시 잠수함·구축함 등 수출 위주 수주 나설듯

손기호 기자 승인 2024.02.26 13:54 | 최종 수정 2024.02.26 14:54 의견 0
HD현대중공업이 65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를 완료했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내일(27일) 방위사업청에서 군사기밀 유출 논란이 된 HD현대중공업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가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최대 5년까지 제재를 받게 되면 기본설계를 수주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

■ 방사청, 27일 부정당업체 심의…HD현대 “감점에 추가 제재, 경쟁력 저하 우려”

26일 방사청에 따르면 오는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 및 결정할 예정이다. 부정당 업체로 지정되면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기 때문에 KDDX 건조 사업 등의 수주가 물 건너간다.

총 7조8000억원대에 이르는 KDDX 건조 사업은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만드는 사업으로,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올해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입찰이 예정됐다. 현재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통상적으로 기본설계를 맡은 곳이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지만, HD현대중공업은 이번에 방사청이 부정당 업체로 지정하면 입찰 참가에 제동이 걸린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방사청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입장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다만 기본설계를 맡은 곳에서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맡아 설계 관련 탑재나 설계 통합에 대해서 논의가 되곤 한다. 사업의 안전성이나 연속성을 위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1.8점이라는 감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입찰 제한이라는 추가 제재가 들어가면 특수선 사업부 근로자도 (빠져나갈) 문제가 있고, 국가 산업은 단일 기업이 하지 않는 구조라서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설명을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 HD현대중공업, 1.8점 감점 받고 있어…0.14점차로 수주 못하기도

HD현대중공업은 이미 보안 감점을 받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4년 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으로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군함 등 특수선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에 오는 2025년 11월까지 1.8점의 강력한 보안 감점을 적용하고 있다.

사실상 1.8점은 당락을 결정하는 엄격한 징계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해군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III 5·6번 우선협상대상자 결정 과정에서 한화오션이 평가 점수 91.8855점으로, HD현대중공업의 점수 91.7433점 대비 0.1422점 차이로 따돌리고 수주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방사청이 이번에 HD현대중공업을 입찰 제한을 결정하면 과다 제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제재 받을 경우, 수출 위주 수주 전략 펼칠듯

아직까지는 HD현대중공업이 뚜렷한 출구전략을 내놓고는 있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만 있다. 하지만 제재가 확실 시 되면, KDDX 사업은 수주가 어려운 만큼 목표 수주액을 달성하기 위해선 회사는 수출 위주의 수주 전략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

실 예시로 최근 HD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방산 기업인 영국 밥콕(Babcock) 사와 해외 수출을 위한 잠수함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HD현대는 조선 분야에서, 밥콕은 방산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가졌다. 이를 통해 잠수함 수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중공업 주원호 특수선사업대표(왼쪽 5번째)와 밥콕 미션시스템 사업 닐 마이젤 최고기업업무책임자(오른쪽 4번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최근 경기도 성남의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첫 공기불요장치(AIP)를 탑재한 1800톤급 잠수함을 기술도입 방식으로 건조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3000톤급 잠수함 기본설계와 건조 등 다양한 규모의 잠수함 개발과 건조 기술도 가졌다. 여기에 수출형 호위함, 원해경비함(OPV) 표준선을 개발해 필리핀으로부터 호위함, 초계함, 원해경비함 등을 수주하는 등 수출 경쟁력을 갖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방사청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입장을 내기에는 이르다”며 “방사청 결정에 따라 입장문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사회·정치권, 제재 찬반 입장 팽팽

지역사회에서는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추가 제재가 국가 방위사업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최근 방사청에 HD현대중공업이 함정사업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서를 제출했다. 울산상공회의소는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사업부가 축소될 경우 조선업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국회의원도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위원장이자 국회 국방위 소속 이채익 의원과 산자위 소속 권명호 의원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8조원에 육박하는 KDDX에 HD현대중공업이 과거 보안사고를 이유로 입찰에 참여조차 못하는 것은 독점 논란을 야기하고 세계적 수준의 방위 산업 기술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서 의원은 “KDDX 군사기밀 절도 사건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방사청법에 따른 공정하고 엄격한 심의와 신속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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