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6500톤급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본설계를 완료했다.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학계 관계자와 친분을 이용하거나 몰래 촬영하는 방법으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군사기밀을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지난해 11월말 유죄를 확정받아 징역 1~2년-집행유예 2~3년에 처해졌다.
22일 법조계와 시사저널이 입수해 보도한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차례 군사기밀을 탈취했다.
이들은 관계자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2년 10월 A연구원을 통해 특수전지원함 작전요구성능(ROC), 적 대함유도탄 주요 성능, 특수성능 등이 기재된 파일을 얻었다. 이 문서는 군사 Ⅲ급 비밀에 해당한다. Ⅲ급 비밀은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밀에 해당한다.
또한 지난 2014년 3월 모 대학교 국방M&S 연구센터 담당 연구원으로부터는 군사Ⅲ급 비밀인 ‘KSS-Ⅰ성능개량사업 선행연구 최종보고서’를 전달 받았다.
2015년 11월에는 해군 선배 장교이자 당시 해군본부에 근무 중이었던 B중령에게 연락해 군사Ⅲ급 비밀 ‘장보고-Ⅲ Batch-Ⅱ 사업추진 기본전략(안)’을 받았다. 당시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건물 1층 매점 옆 흡연실에서 자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몰래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군사 기밀을 빼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4월 계룡시 해군본부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 함정기술처장실에서 C대령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보던 중 C대령이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카메라로 문서 일부를 촬영했다.
지난 2013년 5월에는 국방기술품질원 부산센터에 방문해 군사Ⅲ급 비밀을 촬영했다. 2014년 1월에는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회의실에 D중령이 군사Ⅲ급 비밀인 ‘장보고-Ⅲ Batch-Ⅱ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을 책상 위에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간 사이 사진을 찍어 유출했다.
또한 해군본부, 방위사업청(방사청) 사무실 등에서 2014년 2월, 2014년 3월, 2015년 11월 등 여러 차례 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 규정에 따라 정부 입찰에서 총 1.8점을 감점 받았다. 유죄 확정에 따른 제재 수위는 내달 2월 열리는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다음 달에 진행되는 계약심의위원회에서 관련 법규에 따라 심의해 제재 여부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올해 KDDX 사업과 관련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를 추진한다.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국산화하는 KDDX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HD현대중공업은 2020년 기본설계를 수주했지만 방사청의 제재를 받으면 후속 수주가 불투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