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지지부진했던 금 가격이 3월 들어 급등세를 타고 있다. 6일 기준 온스당 2158달러까지 치솟으며 5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과연 최근의 금 가격 상승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이 고점일까.
하나증권은 7일 '원자재 레시피' 보고서를 내고 올해 금 가격에 대해 일방적으로 오를 장세는 아니라는 주장을 내놨다. 금 가격이 연말까지 강보합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은 하면서도 현재 가격이 밴드 상단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근 금 가격 급등은 약화된 미 경제지표 영향이 컸다. 미국 2월 ISM 제조업지수가 47.8P로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컨센서스 49.5P), 신규 수주와 생산이 모두 위축 국면에 머물자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는 도리어 긍정적인 신호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서 금 가격이 2100달러 선을 돌파하자 기술적인 수요도 증가한 것.
이에 대해 전규연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은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만 이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6월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면 미 달러 약세와 실질금리 하락이 유효하겠지만, 그 폭이 크지 않고 경기 침체 우려도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금 가격이 일방적으로 오를 장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가격 하단을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수급들에 대해선 인정했다. 중앙은행과 리스크 회피 투자자들이 그들이다.
전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기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중국 외환보유고 중 금 보유량은 15개월 연속 증가세"라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를 보여주는 금/구리 비율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스크 회피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금 보유 비중이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다만 "통상적으로 동일한 궤적을 보이던 금 가격과 글로벌 ETF 내 금 보유 규모 간에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며 "금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전개되지 않고 있으며, 금 선물의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도 약화되는 중이다. 금 가격의 추세적 상승이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