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는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기대감이 불확실성의 늪에 빠지며 전형적인 '상고하저'의 흐름을 기록했다. 하반기 확대된 낙폭으로 코스피의 수익률은 전세계 20위라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5.4% 오르며 21개국 중 1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8월 이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트럼프 트레이트, 여기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하반기 수익률은 -14%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60%, 중국 15%, 미국 9%, 일본 1.8% 등 대비 상대적 부진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등락률 순위는 21개국 중 20위로 집계됐다.
코스피지수의 연간 흐름을 보면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따른 등락이 있었지만 2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한 발표를 기점으로 오름세를 형성하면서 7월 11일 연중 최고치인 2891.35선까지 터치했다.
하지만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2500선을 이탈한 코스피지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갈팡질팡하다가 12월 3일 계엄 사태 등이 더해지자 이달 9일 연중 최저점인 2360.58까지 떨어졌다. 이후 탄핵 정국으로 진입하면서 일부 회복하는 듯했던 지수는 결국 2399.49에 한해의 마지막 거래를 종료하면서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내지 못했다.
이같은 증시 부진으로 인해 시가총액도 전년대비 163조원, 7.7% 감소했다. 특히 전기전자업종의 시가총액이 크게 줄었는데 지난해 말 878조원이었던 데 비해 22.2% 줄어들며 683조원을 기록했다.
대형주의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일평균 거래규모는 11.9% 늘었지만 소형주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전체 거래량은 9.5% 감소했다.
수급에서 7월까지 24조1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8월 이후 순매도로 전환하며 연말까지 총 22조8000억원을 매도했다. 이로써 연간 순매수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줄어들게 됐다. 기관은 하반기 이후 연기금을 중심으로 매수세를 유지하면서 연간 1조50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시장 역시 시장 전반의 약세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850선을 웃돌며 한해를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3월 연중 최고치인 916.09선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8월 '블랙 먼데이' 이후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678.19p에 한해를 마무리했다. 연중 최저점은 지난 9일 기록한 627.01p다.
시가총액은 지난해달보다 92조원 줄어들며 340조원을 기록했고 거래량 역시 1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이 4조4000억원 가량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6조4000억원 가량 사들이며 러브콜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비슷한 1조5000억원 규모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