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생활경제부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국제 강아지의 날’을 맞아 유통업계가 ‘펫팸족’ 공략에 분주하다. 각종 반려견 용품 할인 기획전을 열고,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반짝 특수를 노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념일의 본래 취지를 떠올려 보면 이날을 과연 축제처럼 즐겨도 될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국제 강아지의 날’은 국내에선 아직 낯선 기념일이다. 지난 2006년 미국 반려동물학자인 콜린 페이지의 제안으로 강아지 생명을 존중하고 유기견 입양을 권장하는 취지로 제정됐다. 국내 반려동물을 입양 가구가 늘면서 ‘강아지의 날’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고, 유통업계에서는 관련 트렌드를 포착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수는 2012년 364만 가구에서 2022년 602만 가구로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비율이 지난해 약 30%, 1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려동물 산업의 잠재적 소비자도 그만큼 커졌다. 소비자 수요도 다변화되면서 기존 장난감과 식품, 의류 등 제품에서 호텔, 의료, 문화공간 등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사업 영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실제 반려동물 관련 산업, 이른바 ‘펫코노미’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약 4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훨씬 커서 2027년에는 450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미래 먹거리’로 반려동물에 주목해 관련 사업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국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특히 ‘국제 강아지의 날’이 제정된 취지인 강아지 생명 존중 및 유기견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2022년 기준 국내 유기견 수는 약 8만 마리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는 결국 동물보호센터에서 생을 마감한다. 특히 시설 부족 등 관리상의 이유로 전체 유기견 중 약 22%가 안락사되고 있다.
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입양 경로 중 동물보호시설은 고작 8.9%에 불과했다. ‘강아지 공장’ 등 반려동물 상품화로 비판받는 ‘펫숍’ 구매 비율인 24%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자 5명중 1명은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으며, 주요 이유로는 물건훼손·짖음 등 행동문제와 예상보다 많은 지출 등을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입양 전 실제 양육 환경에 대한 고민 부족이 결국 유기견을 낳는 셈이다.
물론 유기견이라는 사회문제의 책임을 개별 기업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하지만 떠들썩한 이벤트와 기획전만큼 유기견 문제 관심 확대에도 힘을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유기견 입양을 권장하는 기념일을 축제처럼 여기기엔 매년 목숨을 잃는 유기견 1만7000마리가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