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한화솔루션 조지아주 공장을 방문한 김동관 부회장 (사진=한화솔루션)

IRA 개정안, 태양광 정조준···세액공제 조기 종료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공들여 키운 태양광 사업이 미국의 세제 정책 변화 앞에서 중대한 기로에 섰다. 미 상원이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안이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세액 공제를 조기 종료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논의되면서 한화큐셀의 전략과 수익성에 타격이 우려된다.

현재 논의 중인 상원 개정안은 IRA에 기반한 태양광·풍력 발전의 세액 공제를 조기에 종료하고, 원자력·수력 등 전통 기저발전 중심으로 지원 방향을 틀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OBBBA)’의 일환으로 상원의 논의를 거치면서 태양광 기업에 더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주택용 태양광 세액공제(25D) 법안 발효 후 180일 내 종료 ▲산업용 투자세액공제(ITC) 2026년부터 축소, 2028년 완전 종료 ▲ 중국산 리스크 조항이 신설된다. 기존 법안에서 투자 세액 공제를 2028년에 폐지하되 2027년까지 ‘건설’을 시작하면 세액 공제를 일부라도 받을 수 있던 것에서 2027년까지 전력을 ‘생산’하는 기업에 한해 세액을 공제하는 것으로 범위가 축소됐다.

사업 비용 최대 20% 증가···“한화큐셀, 피해볼 것”

미국 태양광 및 풍력 업계는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듐그룹은 “해당 조항이 현실화될 경우,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의 비용이 최대 2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의 한화큐셀도 상원 법안이 통과되면 피해를 볼 기업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주택용 태양광 보급을 유도하던 25D 세액공제가 갑작스레 종료될 경우 수요 기반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태양광 설치량은 2022년 22GW에서 2023년 40GW로 급증하며 세계 2위 시장으로 자리잡았고, IRA에 따른 세제 혜택이 핵심 동인이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부문을 담당하는 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을 효자로 삼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12조3940억원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 300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에는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136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체 실적을 방어했다.

(자료=한화솔루션)

정책 의존한 ‘효자’…매출은 역성장

그러나 이 수치는 IRA 세액공제 혜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출도 역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이후 태양광 제품 매출은 2022년 3조4471억원, 2023년 2조5431억원, 2024년 1조5316억원으로 2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가 기대되지만 태양광 제품의 국내 매출은 해외매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2965억원, 해외매출은 1조235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80%가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다.

태양광은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내에서 가장 먼저 주도한 신사업으로 그의 경영 색깔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011년부터 사업을 이끌어온 그는 2020년 한화솔루션 출범과 함께 대표이사로 취임해 그린 전환 전략을 진두지휘해 왔다.

10년 버틴 태양광···계급장 뗀 김동관의 리더십 시험대에

IRA 발표 직후 발 빠르게 조지아 공장 증설을 발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과도 면담하는 등 정치·사업 양면에서 외교적 포석도 깔았다. 최근에는 큐셀 부문 대표이사를 측근인 박승덕 사장으로 교체하며 내부 정비도 마쳤다. 그러나 이번 세법 개정 논의는 그의 ‘정책 드리븐 전략’이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우려 섞인 반응 가운데 “여전히 미국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성장에 대한 기대는 이번 개정안이 미국 태양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일부에 그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미국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은 계속 될 것”이라며 “한화큐셀이 수혜를 받는 IRA 내 AMPC(생산세액공제)) 일몰기간이 늦춰져 오히려 호의적인 상황”이라고 봤다.

태양광은 김 부회장이 직접 주도한 첫 번째 대규모 성장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실적은 단순한 기업 성과를 넘어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구조적 둔화와 정책 리스크에서 태양광이 흔들리면 전략적 보호막으로 작용하던 오너십 기반의 오너 버프가 외부 변수에 무력화되는 셈이다. ‘승계 모범생’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이 ‘계급장을 뗀’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