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서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부스를 통해 K-푸드 혁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늙어가는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일찌감치 시작한 식품업체들은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린 바 있다. K-열풍을 타고 식분분야가 수출효자로 떠오른 배경도 이 덕분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에도 국내 시장에 드리워진 ‘초고령화’란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K-푸드’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할 국내 시장이 흔들리면서 ‘K-푸드’ 신화 지속가능성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품산업 경기전반 현황지수는 92.4로 2023년 4분기 88.3 대비 증가했지만 여전히 경기 악화를 체감하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화 원인은 ‘소비자의 소비량 감소(소비 패턴의 변화·내수부진 등)’(62.2%)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국제정세 악화로 인한 경제 불안(금리·환율 상승 등)’(14.7%), ‘원재료 수급 어려움(가격·수입 등)으로 인한 악화’(8.9%)가 뒤를 이었다. 한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식품 시장이 사실상 정체 상태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레드오션’이 된 지는 오래된 일”이라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식품업체는 매년 어려운 상황을 마주해 왔고, 앞으로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업계 호황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 부진·고금리·고물가에 저출산·고령화까지 첩첩산중 필수 소비재에 해당하는 식품 산업은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특성상 경기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큰 경제 구조 때문에 국내 소비 심리가 수출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제조업 수출 부진은 국제 원자재가 상승과 맞물리면서 엔데믹 특수를 노리던 업계 기대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내 식품업체들이 만성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낮은 영업이익률은 업체들의 위기 대응을 한층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의 가격 압박과 소비자 눈치에 가격 인상 요인을 적시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식품업체들은 고금리·고물가가 지속하는 상황을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를 식품 산업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됐다는 점이다. 분유와 우유 등 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유업계에서 시작해 유소년이 주요 소비층인 제과·빙과 업계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매년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국내 시장 의존성이 큰 식품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식품업체 탈출구 된 해외 진출, 입구는 한참 비좁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존에 국내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던 업체들도 하나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는 것이 당연해졌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추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우스갯소리지만 ‘제품 하나를 팔아 10원 떼기를 한다’고 할 정도로 식품 회사들이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서는 더는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게 됐다”면서 “그러다 보니 점차 수출로 눈을 돌리고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식품업체는 매출 대부분을 국내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규모가 영세한 중소업체들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 현지 유통망에 진입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초기 투자가 필수적인데, 중소업체들은 가용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월등히 적을뿐더러 당장 불황에 버틸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하다.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마저 해외 시장으로 내몰리는 와중에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이 늘어난다고 해서 국내 시장에서 경쟁 압력이 낮아지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이 밑바탕이 돼 줘야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조차 위태로운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설령 해외 시장 비중이 국내보다 더 커지더라도 국내 기업인 이상 국내 시장을 포기할 순 없다”면서 “오히려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덩치를 불린 기업들에 의해 국내에서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진단, K-유통②] 수출로 초고령화 사회 만회? ‘K-푸드’ 신화 받침돌 빠진다

경기 침체에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심리 악화, 저출산·고령화까지 ‘엎친 데 덮친 격’
“이제 선택 아닌 필수지만”…등 떠밀린 해외 진출에 상당수 업체 어려움 겪어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4.23 11:00 의견 0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 자연식품 박람회'에서 CJ제일제당이 비비고 부스를 통해 K-푸드 혁신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늙어가는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일찌감치 시작한 식품업체들은 글로벌 무대로 눈을 돌린 바 있다. K-열풍을 타고 식분분야가 수출효자로 떠오른 배경도 이 덕분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에도 국내 시장에 드리워진 ‘초고령화’란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K-푸드’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할 국내 시장이 흔들리면서 ‘K-푸드’ 신화 지속가능성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높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식품산업 경기전반 현황지수는 92.4로 2023년 4분기 88.3 대비 증가했지만 여전히 경기 악화를 체감하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화 원인은 ‘소비자의 소비량 감소(소비 패턴의 변화·내수부진 등)’(62.2%)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국제정세 악화로 인한 경제 불안(금리·환율 상승 등)’(14.7%), ‘원재료 수급 어려움(가격·수입 등)으로 인한 악화’(8.9%)가 뒤를 이었다.

한 식품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식품 시장이 사실상 정체 상태에 접어들면서 이른바 ‘레드오션’이 된 지는 오래된 일”이라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식품업체는 매년 어려운 상황을 마주해 왔고, 앞으로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업계 호황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 부진·고금리·고물가에 저출산·고령화까지 첩첩산중

필수 소비재에 해당하는 식품 산업은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되는 특성상 경기변동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큰 경제 구조 때문에 국내 소비 심리가 수출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제조업 수출 부진은 국제 원자재가 상승과 맞물리면서 엔데믹 특수를 노리던 업계 기대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내 식품업체들이 만성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낮은 영업이익률은 업체들의 위기 대응을 한층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의 가격 압박과 소비자 눈치에 가격 인상 요인을 적시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식품업체들은 고금리·고물가가 지속하는 상황을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여파를 식품 산업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됐다는 점이다. 분유와 우유 등 소비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유업계에서 시작해 유소년이 주요 소비층인 제과·빙과 업계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매년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국내 시장 의존성이 큰 식품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식품업체 탈출구 된 해외 진출, 입구는 한참 비좁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품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기존에 국내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던 업체들도 하나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는 것이 당연해졌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추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우스갯소리지만 ‘제품 하나를 팔아 10원 떼기를 한다’고 할 정도로 식품 회사들이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서는 더는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게 됐다”면서 “그러다 보니 점차 수출로 눈을 돌리고 해외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식품업체는 매출 대부분을 국내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규모가 영세한 중소업체들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 현지 유통망에 진입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초기 투자가 필수적인데, 중소업체들은 가용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이 월등히 적을뿐더러 당장 불황에 버틸 수 있는 여력도 부족하다.

규모를 갖춘 중견기업마저 해외 시장으로 내몰리는 와중에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이 늘어난다고 해서 국내 시장에서 경쟁 압력이 낮아지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이 밑바탕이 돼 줘야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조차 위태로운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설령 해외 시장 비중이 국내보다 더 커지더라도 국내 기업인 이상 국내 시장을 포기할 순 없다”면서 “오히려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덩치를 불린 기업들에 의해 국내에서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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