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의 한 민간임대주택에 거주 중인 30대 A씨는 자녀 출산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 중이다. 민간임대주택 최장 임대 기간인 8년 만기가 다가오는데다가 자녀의 학업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솟는 분양가로 고민만 깊어진다. 미분양 인상 등 부동산 침체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느끼는 무주택자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연합뉴스)
고금리의 여파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등 부동산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는 지역별로 곳곳에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상된 공사비가 분양가에 반영된 것이다.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오르는 것에 대한 괴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4일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전국 17개 지자체 중 2015년 이후 지역에서 연내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3.3㎡당 최고가를 경신한 광역 지자체는 총 6곳으로 분석됐다.
서울은 1월 광진구 광장동의 ‘포제스한강’이 3.3㎡당 1억3771만원에 분양해 같은 달에 공급한 민간분양가상한제 적용단지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분양가(3.3㎡당 6831만원)를 제쳤다.
부산도 올해 1월 분양 최고가를 손바뀜 했다. 수영구 민락동 ‘테넌바움294Ⅱ’ 단지가 3.3㎡당 6093만원에 공급했다. 지난해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의 3535만원을 넘어섰다.
대전은 4월 분양한 유성구 봉명동 ‘유성하늘채하이에르’다 3.3㎡당 2452만원으로 지난해 8월 2,033만원에 공급한 서구 탄방동 ‘둔산자이아이파크’ 보다 3.3㎡당 419만원 인상한 가격에 선보였다.
충북과 충남 모두 연내 3.3㎡당 최고 분양가 사업지가 나왔다. 충북은 청주시 서원구 ‘힐스테이트어울림청주사직’이 1416만원으로 작년 9월 청원구 오창읍 ‘더샵오창프레스티지(3.3㎡당 1413만원)’보다 살짝 인상한 가격에 분양했다. 충남은 2월 천안시 서북구 ‘힐스테이트두정역’이 3.3㎡당 1593만원에 공급해 지난해 12월 보령시 ‘보령엘리체헤리티지’ 1492만원보다 3.3㎡당 101만원 상승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월 분양한 전주시 완산구 ‘서신더샵비발디’가 3.3㎡당 1537만원에 분양하며 지난해 7월 전주시 덕진구 ‘에코시티한양수자인디에스틴’ 1311만원보다 226만원 인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023년 1분기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 등으로 민간분양가상한제 적용 사업지가 상당량 해제되며 분양가 간접통제 수단이 약화된 이후 지역내 최고 분양가 경신 여부는 후속 분양을 준비하는 인근지역 아파트 분양가 책정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등 건설안전비용 상승과 인건비 증가, 건자재 가격 인상 등 분양가 상승을 자극하는 외부 여건이 산재한 상황 속 분양사업지의 입지가치와 호재가 버무려지며 지역내 최고 분양가 경신이 발생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곳곳에서 분양가 최고가 경신이 일어나면서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도 상승하는 모양새다.
HUG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2024년 4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에서 신규로 분양된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568만3000원, 분양가격지수는 218.8를 기록했다. 평균 분양가격은 전년동월(484만4000원)대비 83만9000원, 분양가격지수는 전년동월(186.5)대비 17.3% 올랐다.
분양가 상승 분위기와 달리 미분양은 증가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전월 대비 10.8% 늘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로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를 넘은 것은 지난해 4월 7만1365가구 이후 1년만이다.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2987가구로 전월 대비 8.2%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도 1만4655가구로 전월 대비 22.4% 급증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자료=연합뉴스)
■ 미분양 늘어나는데 분양가는 상승…실수요자 움직임 '적극적'
미분양 증가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급격하게 오르자 무주택자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형국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서울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24.9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6대 1에 비해 2.7배 뛰는 등 청약 당첨이 작년보다 더 어려워졌다.
분양가 상승의 여파가 제한적인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경쟁률도 치열하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5대1로 나타났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아파트의 1순위 경쟁률(3.2대1)보다 6배가 높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청약 수요자는 지역별 분양시장의 공급과 수급, 청약경쟁률 등을 두루 살펴 청약통장을 사용할 분양사업지의 분양가 적정성을 꼼꼼히 따질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급격한 분양가 상승은 원가 반영에 의한 것으로 그동안 상승한 인건비와 자재비, 물류비의 총합이다"라며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이 많은 건 사실이나 수도권은 인구를 고려하면 여전히 위험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분양가가 떨어질 일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실수요자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를 노리거나 공공청약 당첨이 가능한 단지를 찾을 텐데 조건이 까다롭다"며 "청약통장의 청약가점을 쌓는 것 외에 특별공급 대상이 되는 게 미래를 위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서울에서 청약 경쟁력을 갖췄는지 두루 살피고 수도권으로의 권역을 넓히는 것도 생각해야 하며 경쟁이 덜 치열한 단지를 찾는다면 같은 단지에서도 평면에 따른 선호도 차이를 파고들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