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재건축 공사 단지 모습. (자료=연합뉴스) 도시정비사업지 곳곳이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여파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있다. 2배에 달하는 공사비 증액 요청이 빈번하자 조합과 시공사의 줄다리기와 더불어 신규 정비사업지는 공사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담금 부담이 늘자 조합 내부에서 갈등이 노출되는 등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모양새다. 정비사업의 파행으로 공급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주택연금을 재건축 분담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고 공공주택 사업은 단가 인상에 나선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강남 신반포22차' 공사비 검증을 내달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반포22차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2017년 3.3㎡(평)당 569억원의 공사비로 수주한 사업지다. 그러나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현대엔지니어링과 조합은 지난 5월 평당 공사비를 1300억원으로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증액률은 128.5%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은 사업 계약 당사자인 조합과 합의점을 찾아 마무리된 상태"라면서 "향후 SH공사의 공사비 검증 결과에 따라 다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지만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외에 '부산 시민공원 촉진4구역' 재개발의 평당 공사비도 449억원에서 1126억원으로 약 150.8% 규모의 증액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도 각각 서울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고척4구역'에서 공사비 증액을 추진 중이다. 각 사업지에서의 증액율은 50~60% 수준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갈등은 조합과 시공사의 줄다리기로 그치지 않는다. 조합 내부에서도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조합원과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분담금을 우려하는 조합원 간의 갈등도 표면화되는 사달이 벌어졌다. 강북의 한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조기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며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려했으나 설계변경에 따른 분담금 증가를 우려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민간 사업장 외에 공공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증액이 잇따르고 있다. 3기 신도시인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A2블록' 공공주택 건설사업 사업비는 3364억원으로 지난 2022년 1월 사업계획승인 당시보다 25.7% 올랐다. 'A3블록' 총사업비도 2355억원으로 33.1% 올랐다. 이에 정부는 민간과 공공에서의 공사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카드들을 꺼냈다. 주택도시기금 기반 공사비 현실화와 주택연금을 재건축 분담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 공사비 상승요인을 분석하고 공사비 검증 기준도 가다듬는다. 정부가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주택연금을 재건축 분담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시인출을 허용하는 방안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에서 논의 중이다. 주택연금은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매월 일정액을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받을 수 있는 연금 제도다. 의료비·교육비·주택 유지수선비·관혼상제비 등의 사유로 대출 가능액의 최대 50%를 일시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개별 인출 제도에 재건축 분담도 인정하겠다는 거다. 공사비 인상으로 준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주택 사업장에는 주택도시기금을 기반으로 한 공사비 현실화에도 나선다. 더불어 '공사비 검증 기준'에 시공사가 공사비 관련 자료 제출 기한을 현행 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제출 서류도 명확히 한다. 공사비 검증 때 시공사가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지 않아 보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자재·노무·경비 등 공사비 상승 요인을 분석하고 품목·항목별 맞춤형 대응 방안도 마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에 없던 수준으로 공사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용 가능한 방안을 정부에서 모두 검토 중으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공부문에서 선제적으로 사업비 지원 단가를 현실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었는데 이 같은 준공 지연요인 해소도 긍정적"이라면서 "주택연금에서 재건축분담금 용도의 일시인출 허용 방안 검토 역시 민간 부문에서의 접근 방안으로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올라도 너무 오른 재건축 공사비…주택연금, '구원투수' 될까

재건축·재개발 공사비 급등에 공급 여건 악화
주택연금, 재건축 분담금 인출 허용 전격 검토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7.04 13:51 의견 0
서울 시내의 재건축 공사 단지 모습. (자료=연합뉴스)

도시정비사업지 곳곳이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 여파로 공사비가 급등하고 있다. 2배에 달하는 공사비 증액 요청이 빈번하자 조합과 시공사의 줄다리기와 더불어 신규 정비사업지는 공사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분담금 부담이 늘자 조합 내부에서 갈등이 노출되는 등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모양새다.

정비사업의 파행으로 공급 위축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주택연금을 재건축 분담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고 공공주택 사업은 단가 인상에 나선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강남 신반포22차' 공사비 검증을 내달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신반포22차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2017년 3.3㎡(평)당 569억원의 공사비로 수주한 사업지다. 그러나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현대엔지니어링과 조합은 지난 5월 평당 공사비를 1300억원으로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증액률은 128.5%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은 사업 계약 당사자인 조합과 합의점을 찾아 마무리된 상태"라면서 "향후 SH공사의 공사비 검증 결과에 따라 다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지만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외에 '부산 시민공원 촉진4구역' 재개발의 평당 공사비도 449억원에서 1126억원으로 약 150.8% 규모의 증액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도 각각 서울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고척4구역'에서 공사비 증액을 추진 중이다. 각 사업지에서의 증액율은 50~60% 수준이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갈등은 조합과 시공사의 줄다리기로 그치지 않는다. 조합 내부에서도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조합원과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분담금을 우려하는 조합원 간의 갈등도 표면화되는 사달이 벌어졌다. 강북의 한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조기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며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려했으나 설계변경에 따른 분담금 증가를 우려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민간 사업장 외에 공공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증액이 잇따르고 있다. 3기 신도시인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A2블록' 공공주택 건설사업 사업비는 3364억원으로 지난 2022년 1월 사업계획승인 당시보다 25.7% 올랐다. 'A3블록' 총사업비도 2355억원으로 33.1% 올랐다.

이에 정부는 민간과 공공에서의 공사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카드들을 꺼냈다. 주택도시기금 기반 공사비 현실화와 주택연금을 재건축 분담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 공사비 상승요인을 분석하고 공사비 검증 기준도 가다듬는다.

정부가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주택연금을 재건축 분담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시인출을 허용하는 방안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에서 논의 중이다. 주택연금은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매월 일정액을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받을 수 있는 연금 제도다. 의료비·교육비·주택 유지수선비·관혼상제비 등의 사유로 대출 가능액의 최대 50%를 일시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개별 인출 제도에 재건축 분담도 인정하겠다는 거다.

공사비 인상으로 준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주택 사업장에는 주택도시기금을 기반으로 한 공사비 현실화에도 나선다.

더불어 '공사비 검증 기준'에 시공사가 공사비 관련 자료 제출 기한을 현행 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제출 서류도 명확히 한다. 공사비 검증 때 시공사가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지 않아 보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자재·노무·경비 등 공사비 상승 요인을 분석하고 품목·항목별 맞춤형 대응 방안도 마련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에 없던 수준으로 공사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용 가능한 방안을 정부에서 모두 검토 중으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공부문에서 선제적으로 사업비 지원 단가를 현실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었는데 이 같은 준공 지연요인 해소도 긍정적"이라면서 "주택연금에서 재건축분담금 용도의 일시인출 허용 방안 검토 역시 민간 부문에서의 접근 방안으로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