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택지 위치도. (자료=국토교통부)
정부가 서울 강남권 서초구 알짜 땅을 포함한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 4곳을 새롭게 선정하고 5만호 규모를 공급한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등에도 불구하고 '공급절벽' 우려가 지속 제기되자 서울에서는 이명박 정부 이래 12년 만에 처음으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일부 해제하는 결단까지 내렸다. 특히, 이번에 포함된 서초구 '서리풀지구'는 경기도 광교신도시와 서울 강남권의 핵심 강남역 등을 고속으로 오가는 신분당선이 가로지르고 있는 지구단위계획 지역이어서 역세권 고밀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용적률이 최대 250%에 달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 완화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8·8)'의 후속 조치로 양질의 주거와 일자리 제공이 가능한 서울과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 이내 지역 4곳에 5만호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5일 발표했다.
서울은 선호도가 높은 강남 생활권인 서초에 2만호 규모의 서리풀지구가 신규택지 후보지로 선정됐다.
경기도는 개발압력이 높고 난개발 우려가 있어 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고양대곡 역세권(9000호)'과 '의왕 오전왕곡(1만4000호)', 군부대가 입지해 오랜 기간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의정부 용현(7000호) 등 3개 지구에서 총 3만호를 공급한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도심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통합생활권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도권내 분산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성장거점으로 조성한다는 거다.
서울 서리풀지구는 인근에 신분당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등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 지역은 이미 훼손돼 개발제한구역으로 보존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토지이용 효율성을 높여 해제면적을 최소화하고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게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구체적으로 해당 지구의 2만 세대 중 주택의 55%에 해당하는 1만1000세대를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미리 내 집)를 공급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공급 기반 마련하고 육아친화적인 주거단지로 조성한다.
고양대곡 역세권은 올해말 개통 예정인 GTX-A와 교외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교통 요충지다. 역 접근성과 환승 편의성 개선이 필요해 복합환승센터 건립과 주변개발이 시급한 곳이라는 판단이다. 복합환승센터 구축으로 교통 편의성을 향상하고 역세권 중심으로 자족·업무시설을 중점 배치해 상업·문화·생활시설을 연계한 지식융합단지 조성을 목표로 한다.
의왕 오전왕곡은 경수대로와 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에 연접한 부지에 산업기능 유치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난개발 우려로 계획적 개발에 나선다. 인접한 과천지식정보타운 등과 연계를 고려해 수도권 남부의 새로운 직주근접 생활공간을 만든다.
군부대가 위치한 의정부 용현은 주변 도심과의 단절 등으로 개발이 오랫동안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주변에 개발 중인 법조타운과 기존 도심을 연계하여 통합생활권을 구축한다는 거다.
구체적인 지구별 개발방향은 입지 특성, 지자체별 특화계획, 주변 지역과 연계개발 효과 등을 고려해 지구지정과 지구계획 수립할 때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한 신규택지는 지구지정 전 보상조사 착수, 지구계획 수립조기화 등 행정절차를 단축하고 필요시 일부 원형지 공급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26년 상반기 지구지정, 2029년에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 등을 목표로 주택공급기간을 최대한 단축한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에 신규 택지 3만호를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 광역교통 확충 여건 향상으로 지역 교통망 개선
신규 택지 사업으로 광역교통 확충여건이 개선되는 만큼 지역 교통 환경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리풀지구에서는 신분당선과 3·4호선, GTX-C와 연결되는 대중 교통망을 구축하고, 신분당선 추가역 신설 검토 등 환승체계 및 도로망 연계를 추진한다.
고양대곡 역세권은 펜타역세권 이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복합환승센터 구축과 더불어 주변지역 도로 혼잡 해소방안을 마련한다.
의왕 오전왕곡은 철도(GTX-C, 동탄~인덕원선)와 연계를 강화해 추가역 신설 등 철도 이용 접근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분리된 사업지구간 연결체계를 구축한다.
의정부 용현은 철도역으로 접근성 개선을 도모하고 주변간선도로 및 교차로 교통체계 개선으로 교통량도 분산한다.
서울 서리풀지구 교통개선방향. (자료=국토교통부)
■ 발표지구 투기 근절 위한 4대 영역 투기방지 대책 시행
국토부는 발표지구의 투기 근절을 위해 '예방·적발·처벌·환수'라는 4대 영역의 투기방지 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우선 공직자를 대상으로는 미공개 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토부(6374명), 사업제안자(8901명) 전 직원 및 업무관련자의 직계존비속을 대상으로 발표지구 내 토지 소유현황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LH 직원 1명이 후보지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H직원은 해당 토지를 지난 2010년 2월 증여로 취득했다. 국토부는 LH직원의 토지 취득 시점을 고려했을 때 택지 발굴 과정에서 미공개 개발정보를 활용한 투기개연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외부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객관성 확보 및 추가 검증할 예정이다.
또한 지구와 인근 지역 내 최근 5년간 실거래 조사를 통해 5355건의 거래 중 1752건의 이상거래(미성년·외지인·법인매수, 기획부동산 의심 등)를 선별했다. 국토부는 선별된 이상거래에 대해 소명자료 징구 등을 통해 자금조달 내역 등을 정밀문석해 거래가격 거짓신고·편법 증여·편법 대출 등 불법 의심거래를 적발하고 관계기관에 통보 및 경찰청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구 및 주변 지역을 즉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성 토지거래 등을 사전에 차단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면적 초과 토지 취득 시에는 이용목적을 명시해야 하고 관할 시·군·구청장의 사전허가가 필요하다.
지구 내 토지를 대상으로 개발 행위도 제한한다. 주민 등의 의견청취 공고 즉시 개발행위 제한을 시행해 건축물의 건축이나 공작물 설치, 토지의 분할·합병 등의 행위를 막는다.
■ 공급 확대 시그널 불구…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수도권 신규택지 공급 방안에 대해 공급 의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집값 안정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데 입을 모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3기 신도시와 1기 노후도시 및 서울 내의 재정비 사업들이 사업성 확보라는 난제 가운데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가시화 될 수 있는 계획이기 때문에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정도의 효과는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주택 공급의 시기와 규모 측면에서 볼 때, 수도권 집값 안정에 기여해야 하지만 그 효과는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에만 집중된 공급 정책은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하고, 주택 가격과 자산가치 격차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면서 "따라서 공급 물량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동시에 지연되는 지방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한 지원 대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서 지난 2월에 제시된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는 지역전략산업의 추진을 요건으로 삼았던 반면 이번의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용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면서 "실제로 가능한 공급물량으로 시장안정을 이끌어내고 서울 전역으로 파급시켜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그간의 유사한 경험을 통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책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시장심리에 반영되겠지만 아직까지 발표된 내용은 그정도로 구체적이진 않다고 봐야 맞다"면서 "강남권 그린벨트를 해제하더라도 신규로 공급되는 규모는 뻔하며 그정도 물량으로 서울집값을 잡는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현 시점에서 그린벨트까지 건드리더라도 큰 정책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8·8 주택공급 방안' 후속 조치 목적으로 서울 인접 10㎞ 내 생활권에 도심 접근성이 양호한 택지를 공급한다는 면에서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라면서 "서초 서리풀지구가 포함됐으나 강남권 내 세곡, 갈현동 및 하남시 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바랐던 시장의 기대에서는 다소 벗어난 입지라고 판단된다"라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올해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지역이 서울 강남권 및 한강 변 일대라 지역 내 개발 호재를 더해 지가 불안을 일으키지 않을 목적이거나 2025년 상반기 그린벨트 3만호 추가 발표 예정지에 포함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라면서 "이번 발표한 택지의 상당량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주택 등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집중될 전망이라 서초 서리풀지구 같은 알짜 입지는 일반분양 물량을 놓고 당첨을 위한 세대 간 눈치 보기가 치열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