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고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9월 시작과 함께 초읽기에 진입한 미국의 금리인하가 주식 시장에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금리인하 초기 국면에는 증시가 되레 약세를 보였던 데다가 미국 대선 등 여전한 변수가 있는만큼 방어적 태세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 "금리 인하 호재? 경기침체 경계 필요"
2일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 상황이 불안하고 잠재적 불안 요소가 발생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수정하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재료라는 막연한 생각보단 오히려 금리 인하 너머에 존재하는 리스크를 경계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50년간 미국 경제 흐름을 보면 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 시기가 대체로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준의 금리 인하기 한국 증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2007년과 2019년 당시 코스피의 3개월 수익률을 살펴보면 각각 -11.97%, 2.64%를 기록한 바 있다. 동기간 코스닥지수는 각각 -16.29%, -0.29%의 약세를 보였다. 반면 2008년과 2020년에는 코스피지수가 3개월간 13~14% 상승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경기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책 모멘텀이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가 개별적 강세를 나타낼 확률은 현저히 낮다"면서 "미국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 보수적인 대응이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미국의 고용이 흔들리는 건 미국 경기 침체의 강력한 신호인 만큼 금리 인하에도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강 애널리스트는 "경제주체가 지금보다 금리를 조금 낮아진다고 즉각 대출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가 '바닥권'에 들어서야 주가 반등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도한 경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월가에서 '삼의 법칙'이 미국 경기침체의 가늠자로 거론되지만 이것은 침체를 예측하는 지표가 아닌 동행하는 성격이 큰 만큼 미국의 침체가 현실화될 확률이 크지 않다는 것.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장세에서 경기펀더멘탈에 민감한 장세로 바뀌며 수시로 시행착오가 일어나고 계절성에 정치 이벤트까지 있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극복할 수 있고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며 "9월 중립 이상의 주가 흐름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실업률 상승을 이끌었다고 언급했고 경기 연착륙을 위한 정책 대응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금리인하가 예방적 차원인 만큼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피드백 루프를 다시 생성시키고 있다"고 봤다.
■ 바이오주 주목...방어적 포트폴리오 추천도
그렇다면 현재 국면에서 주목해야 하는 업종은 어떤 것들일까.
유안타 증권은 현 시점에서 유망 섹터로 제약/바이오, 게임을 꼽았다. 특히 바이오주의 경우 9월 금리인하 기대와 세계폐암학회(WCLC), 유럽종양학회(ESMO) 등 주요 학회가 있어 섹터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과 이달 말 미국 하원 표결에서 생물 보안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CDMO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지영 애널리스트도 "주도주의 조건은 내러티브(스토리)와 이익 성장에 있다는 점에서 바이오가 차기 주도주의 유력 후보인 것은 맞다"며 "단, 반도체 역시 내러티브에 노이즈가 생성되고 있을 뿐 이익 성장 추세가 변하지 않은 만큼 주도주로서 지위를 내려놓는 시기는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가 하면 김대준 애널리스트는 건강관리, 통신, 유틸리티 등 방어력이 뛰어난 저베타업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이들은 실적 모멘텀이 양호하고 수급과 관련해 매도 압력에 노출돼 있지도 않다"며 "시장 베타가 낮은 방산주도 관심 대상"이라고 꼽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향후 2~3개월간은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기대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