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SUV용 타이어 ‘다이나프로 HPX’. (사진=한국타이어)
국내 타이어 업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는 각기 다른 AI 기술을 도입해 제품 개발, 성능 검증, 검사 자동화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를 통해 비용 절감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16일 타이어 3사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각각의 강점을 살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AI를 각기 기술에 접목해 타이어 디자인부터 성능 테스트, 검사 자동화까지 전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빠르고 정밀한 개발 공정과 제품 품질 향상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 한국타이어, AI로 패턴 디자인 시간 줄여…조현범 회장 주도 AI 접목
한국타이어는 AI 기업 마키나락스와 협업해 타이어 패턴 디자인을 생성형 AI를 통해 개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공정 대비 제작 기간을 최대 50%까지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제품별 목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심미적 요소를 만족시키는 패턴을 AI로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생성형 AI는 타이어의 성능과 디자인 요소를 학습해 자율적으로 패턴을 생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은 물론 R&D 부문에서도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김성진 디지털전략실장은 “생성형 AI가 기업 업무 단위에서 중요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비즈니스 경쟁력과 함께 기업의 생산성 극대화를 목표로 사내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접목시킨 서비스를 지속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그룹 차원에서 회사 전반에 AI와 빅데이터를 접목하고 있다. 조현범 회장 주도 아래 ‘데이터로 일하는 기업문화 정착’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는 카이스트, 아마존웹서비스, 스노우플레이크 등 AI 및 빅데이터 전문기관과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첨단 인프라 구축과 사내 전문 인력 양성 등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대화형 AI 서비스 챗HK(ChatHK), 번역 전문 서비스 컴HK(CommHK), 사내 메신저 AI 번역 서비스 등 생성형 AI 기반 사내 디지털 서비스 3종을 공개하기도 했다.
■ 금호타이어, AI 디지털트윈 기술로 성능 테스트 비용 절감
금호타이어되 최근 AI와 디지털트윈 기술을 결합해 가상의 타이어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제품 성능을 가상으로 테스트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 타이어 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상의 타이어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실제로 타이어를 만들지 않고도 가상에서 다양한 주행 조건 아래 성능을 예측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가상에서 성능을 평가하는 만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금호타이어 디지털 트윈 시스템 이미지 (사진=금호타이어)
김기운 금호타이어 VPD 센터장은 “타이어 디지털 트윈 기술은 제품 개발 기간 단축과 성능 향상,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지털트윈을 통해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다양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제품의 완성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큰 장점을 제공한다.
타이어는 회전저항, 제동, 마모, 승차감, 소음진동 등의 주행 성능을 충족하기 위해서 제품 컴파운드, 패턴, 구조, 형상 등의 설계 인자들을 최적으로 디자인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이러한 전반적인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 제품 개발 기간 단축과 제품 성능 향상, 개발 비용 절감 등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향후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트윈 기술을 클라우드 시스템 환경으로 전환해 타이어 설계자가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동일한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와 수치해석 기반의 성능예측 시스템 개선, 차량 동역학 해석과 연계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기술 도입 등으로 디지털 전환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 넥센타이어, AI 검사 자동화 시스템 도입…“99.96% 정확도 달성”
넥센타이어도 AI를 활용한 검사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타이어 제품의 검사 정확도를 대폭 향상시켰다.
넥센타이어는 AI 시스템을 접목해 엑스레이와 레이저 간섭계 같은 비파괴 검사 장비를 통해 타이어의 구조적 결함을 자동으로 탐지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99.96%의 검사 정확도를 기록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AI가 검사 이미지를 자동으로 판독해 결함을 찾아내고, 검사 기간을 기존의 수개월에서 이틀로 단축시켰다”고 강조했다.
넥센타이어 직원들이 AI 제품 검사 자동화 플랫폼을 이용해 제품의 결함 유무를 판정하고 있다. (사진=넥센타이어)
이는 AI가 학습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까지 자동화해 시스템의 실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의 실용성 확보를 위해 넥센타이어는 AutoML(머신 러닝 자동화) 솔루션으로 유명한 뉴로클사를 비롯해 타이어 설계·해석·데이터 처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PDS솔루션사와 초기 설계부터 긴밀하게 협업했다.
단순 머신러닝 자동화를 넘어 AI 학습용 파일의 선별적 수집하고 AI 모델 학습, 모델 검증, 실제 적용, 사후 모니터링까지 AI 모델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최적화하는 MLOps(머신러닝 운영 관리) 기술과 플랫폼형 시스템을 타이어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
넥센타이어는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실무에 적용되는 MLOps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공장이나 설비에도 신속하게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며 “이를 통해 타이어 개발과 생산 전반에 AI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향후 타이어 검사에서 품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