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박상현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두산)
두산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의 경영진이 21일 총출동해 이날 있었던 이사회를 통한 사업 재편안 재추진 관련 주주 설득에 나섰다. 결론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합병 비율이 재산정됐다.
이날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합병 등 사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에 대해 이들 3사 대표는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해 투자여력을 높이고 연관 있는 사업 분야를 묶어 시너지를 극대화해 각사의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회사 가치를 빠르게 성장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안건을 의결했다. 이들 경영진이 공개한 사업구조 재편안은 기본적으로 두산그룹이 지난 7월 발표한 재편안과 비슷하지만, 주주들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해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게 골자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 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후 신설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새 합병 비율은 기존보다 소액 주주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게 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의 합병 비율은 1대 0.043으로 변경된 것이다. 기존 합병 비율 1대 0.031에서 상향됐다. 예를 들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은 기존 75.3주에서 88.5주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기존 3.1주에서 4.3주를 받게 된다.
두산 측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가졌다면 보유 주식 가치는 지난 7월 이사회 당시 종가 기준 비교 시 기존안보다 약 39만원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재편으로 두산밥캣을 분할하면 두산밥켓에 있던 약 7200억원의 차입금 부담을 덜게 된다. 이를 통해 원전 관련 설비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전 역량과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IT업계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사업을 적극 나설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시설 투자를 통해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했지만,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려는 데 대해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지난 8월 말 전격 철회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두산밥캣 지분 소유 신설 법인으로 분리하고, 이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을 이번에 추진하게 됐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소통 부족으로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는 주주들 입장에서 고민하는 에너빌리티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