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오피스텔 월세 정보가 붙어있다. (자료=연합뉴스)
전세사기와 대출 규제 여파로 주택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월세로 향하고 있다. 고금리기조에다 추가 대출도 녹록치않은 상황에서 수도권 위주로 전셋값도 상승 추세여서 월세를 찾는 이들이 당분간 줄어들 요소가 없는 만큼 월세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전·월세 난민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 가격동향을 3일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가 117.9로 통계집계를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월세지수 100이상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늘어나는 수요 속에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2월에 서울의 월간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12.04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p) 낮아졌으나 이후로는 줄곧 상승해 지난달 119.31을 기록했다.
수도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도 119.6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월세가격지수도 120.61을 기록하면서 전기 대비 0.97p 상승했다.
월세 수요가 늘어는 가운데 올해 서울 월세 거래량도 크게 증가했다.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집계된 올해 주택종합 월세 거래량은 29만1854건이다. 30만 건 이상의 거래량 돌파가 확실하다. 2020년에 서울 월세 거래량은 19만9766건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26만9491건으로 늘어난 이후 2022년과 203년에 각각 33만7098건, 34만290건까지 증가했다.
서울시는 월세 수요는 증가했지만 학군지 및 교통환경이 양호한 중심 선호단지 위주로 매물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세 수요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1인 가구 증가와 전세사기 여파에 이어 금융 당국의 대출 옥죄기 등이 꼽힌다.
특히 월세 시장의 수요 증가 및 가격 상승은 전세사기에 민감한 수요자들의 움직임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게 전문간의 진단이다.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2단계를 시행하고 가계부채 관리에 들어갔다. 시중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과 더불어 조건부 전세 대출 금지 등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 리서치 랩장은 "2019년부터 서울 내 월세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난 추세"라면서 "월세 시장의 이 같은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은 전세사기에 민감한 수요자들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향후 월세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306명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 결과, 월세 가격 전망은 상승 응답이 45.94%로 하락 응답(7.20%)을 6배 이상 앞질렀다. 전세 가격도 상승 응답이 43.42%, 하락 응답이 16.54%로 상승 비중이 2.6배 더 많다.
다만 임대차 시장의 이 같은 가격 상승이 향후 집값을 올릴 뇌관으로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함 랩장은 "갭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환경이라면 월세 가격 상승이 전세 가격에 이어 집값까지 올릴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물가가 오른 만큼 당연히 월셋값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로 월셋값이 오른다면 전셋값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갭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향후에는 집값까지 올릴 여지가 있긴 하다"면서 "다만 전셋값과 월셋값이 동시에 오르기보다는 금리와 같은 외부 환경에 따라 서로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