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청년주택 신축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펌프카 세척수를 처리 시설 없이 바닥에 쏟아내는 장면의 영상이 제보됐다. 지난 2024년 12월23일 촬영 영상(오른쪽). (사진=제보영상 갈무리)
서울 마포구 염리동 청년주택 신축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펌프카 세척수를 처리 시설 없이 바닥에 쏟아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관련 민원을 접수받은 서울시와 마포구는 점검 결과 하수구 오염 등 환경오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콘크리트 펌프카서 세척수 쏟아내는 영상 포착돼”
24일 뷰어스가 받은 영상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3일 요진건설산업(요진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마포구 염리동 대흥역 부근 청년주택 신축공사장에서는 콘크리트 펌프카 세척수를 적절한 처리 시설에서 처리하지 않고 공사장 현장 바닥에 쏟아냈다.
촬영된 영상에는 콘크리트 펌프카에 남은 시멘트 등이 섞인 콘크리트 잔여물을 처리하기 위해 물을 붓고, 현장에 있던 한 명이 펌프카 끝부분의 끈을 당겨서 세척수가 바닥에 쏟아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펌프카 아랫부분 등을 빗자루로 쓸어냈다.
요진건설 관계자는 “민원인이 펌프카 세척 시 일부 물을 방출한 것을 폐수로 오인한 것”이라면서 “현장은 폐수처리 시설을 설치할 규모는 아니고 대신 살수 시설이 배치됐다. 펌프카에 물을 주입해서 내부 남은 잔여물을 마대포대를 통해서 걸러내고 있다. 영상이 오인되게 찍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마대포대를 통해서 걸러내는 장면은 없었고, 오히려 세척수를 쏟아낸 바닥을 빗자루로 쓸어내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세척수는 바닥에 뿌린 상태로 말린다고 했다.
지난 2024년 12월23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한 청년주택 신축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펌프카 세척수를 처리 시설 없이 바닥에 쏟아내는 모습. (사진=제보영상 일부 갈무리)
■ “물받이로 받아 폐수처리시설서 처리해야” 지적…위법 논란
문제는 이러한 처리 방식이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점이다. 콘크리트 세척수의 경우 적절한 처리 시설에서 처리해야 한다. 본래는 물받이를 통해서 콘크리트 등이 섞인 세척수들을 별도로 담아서 적절한 처리 시설에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영상에서는 물받이도 없었고, 처리 시설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물환경보전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폐수 배출 시설에서 배출되는 수질 오염 물질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배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환경보전법 제2조 1항에서는 ‘폐수’는 ‘물에 액체성 또는 고체성의 수질 오염 물질이 섞여 있어 그대로는 사용할 수 없는 물’을 말한다.
이에 요진건설은 마대포대로 콘크리트 잔여물을 걸러내고 세척수는 바닥에서 자연 건조한다고 했는데, 결국 폐수를 처리 시설에서 처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법을 어긴 셈이다.
환경부 수질관리팀의 민원 사례에서도 ‘건설현장 콘크리트 펌프카 세척 시 폐수 처리 방법’ 관련 질의에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 타설 등 작업 후 잔여물을 세척할 경우 발생하는 폐수는 수질오염방지시설(폐수처리시설)이 설치되어 가동 중인 소속 회사의 사업장에서 작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 현장이 아니어서 처리 시설이 없더라도, 보통은 레미콘 차량 중 빈 차를 활용해 콘크리트 펌프카의 세척수들을 모두 모아 싣고 레미콘 회사에서 적절한 처리 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서 “세척수를 바닥에 배출하는 것은 자칫하면 위법이 될 수 있어서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서울시·마포구, 세척수 쏟아내도 문제삼지 않아…요진건설 “문제없다 했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민원에 따라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하수구 오염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콘크리트 펌프카 세척 처리 방식을 문제 삼지 않았다.
세척수 등은 환경부에서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적절한 처리 시설로 옮겨진 후 처리가 돼야 하지만, 서울시와 마포구는 마대포대를 이용해 잔여물을 걸러낸 후 바닥에 방류된 세척수에 대해 별다른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요진건설 관계자는 “구청 관계자들이 나와서 현장을 둘러봤고, 관련한 회의도 두 차례 진행됐는데 위법한 사항이 없는 걸로 구청에서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마포구는 이달 초부터 이날까지 세 차례 현장 점검에 나섰다. 현장 점검 결과 주변 하수구의 수질 검사도 실시했지만 콘크리트 오염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포구 환경지도팀 송미희 팀장은 “1월 중 현장 점검을 세 차례 나갔고, 공사현장팀장 등을 만나서 확인했다”며 “현장 점검에 나갔을 때 하수관 등 공공수역으로 세척수가 유입이 되는지를 확인했는데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척수를 방출했다고 한 현장은 콘크리트 바닥이었고 맨땅은 아니었다”며 “집수정으로 모인 물들을 침사지로 펌핑을 해서 슬러지가 쌓인 후에 나머지 물들을 하수관에 배출하는 부분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물환경보전법 제33조 1항에서는 배출시설을 설치할 경우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물환경보전법 규정에 따라 신고한 시설에서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요진건설은 “해당 공사장은 폐수처리시설을 갖출 규모의 공사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포구는 해당 건설사의 개선 방안 요구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마포구는 요진건설에 콘크리트 세척수 방출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송 팀장은 “해당 건설사가 개선 방안을 요약된 형식으로 너무 짧게 제출했다”면서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요진건설 관계자는 “마포구에서 공문을 받았는데, 펌프카 폐수 방출에 대한 민원이 지속 제기된다”며 “외부에서 볼 때 폐수 유출 등 환경 오염 행위로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으니 주의를 하라는 내용이었다”고 답했다. 요진건설은 이를 환경오염 행위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어, 개선 방안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