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의 부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하겠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기'를 선언했습니다.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발언하는 부분에선 일론 머스크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힐러리 클리턴은 그 말을 비웃듯 고개를 가로저었지만요. 트럼프 스피치를 들여다보면, 그가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데 타고난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세계 강대국들이 바다를 두고, 섬을 갖고 영역을 다툴 때 그는 시선을 우주로 돌려 버립니다. 당장 '화성 개척'이 불러올 현실적인 이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사람들의 눈을 우주로 향하게 했으니까요. 트럼프는 대통령이란 지위를 자신의 비즈니스를 위해 기꺼이 씁니다. 기성 정치인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보입니다. 최근 트럼프 측이 발행한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가 대표적입니다. '환상 비즈니스'를 펼치는 트럼프가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가상자산 중에서도 실재적 가치가 전무한 '밈코인'이 그의 전략 자산이 된 것도 필연적입니다. 트럼프 취임 사흘 전 발행된 'TRUMP'는 글로벌 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지 하루도 안 돼 1만8000% 넘게 오를만큼 머니무브를 일으켰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밈코인 발행에 나서자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세상이 그의 쇼에 열광해 있는 걸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중 코인원과 빗썸이 서둘러 그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밈코인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행하고 나선 코인을 두고, 금융당국이 잡코인 취급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략적 포석도 염두에 뒀으리란 생각도 듭니다. 트럼프가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은 마치 하나의 티비 쇼를 보는 듯 합니다. 쇼 제작자가 시청자(국민)가 환호할 만한 콘텐츠(정책)를 편성(집행)하는 느낌입니다. 목적은 돈입니다. 작품성이야 어찌됐든 돈을 몰고오면 성공입니다. 그래서 제작자 트럼프가 찍고 있는 쇼를 두고 도덕성을 따지는 것은 소용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TRUMP'의 가격이 트럼프 쇼의 흥행을 판단하는 지표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좋든 싫든 세계는 그의 쇼를 지켜봐야 할 운명입니다. 쇼가 끝날 때, 그의 주머니는 두둑해지겠지만, 우리에게 남는 건 뭘까요. 누군가는 화성에 땅 한평 분양이라도 받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무작위로 움직이는, 마치 마구와 같은 볼입니다. 공기의 저항, 야구공의 실밥, 미세한 흠집까지도 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구종인데요. 너클볼러가 공을 던지듯,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려해 이슈와 사건을 살피겠습니다. - 편집자 주

[황보람의 너클볼] 트럼프의 '환상을 돈으로 바꾸는 법'

트럼프의 밈코인 'TRUMP'...거대한 도박판 열렸다

황보람 기자 승인 2025.01.24 16:47 | 최종 수정 2025.01.24 20:47 의견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의 부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하겠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의 황금기'를 선언했습니다.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발언하는 부분에선 일론 머스크가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힐러리 클리턴은 그 말을 비웃듯 고개를 가로저었지만요.

트럼프 스피치를 들여다보면, 그가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데 타고난 선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세계 강대국들이 바다를 두고, 섬을 갖고 영역을 다툴 때 그는 시선을 우주로 돌려 버립니다. 당장 '화성 개척'이 불러올 현실적인 이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사람들의 눈을 우주로 향하게 했으니까요.

트럼프는 대통령이란 지위를 자신의 비즈니스를 위해 기꺼이 씁니다. 기성 정치인이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보입니다. 최근 트럼프 측이 발행한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TRUMP)'가 대표적입니다.

'환상 비즈니스'를 펼치는 트럼프가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가상자산 중에서도 실재적 가치가 전무한 '밈코인'이 그의 전략 자산이 된 것도 필연적입니다.

트럼프 취임 사흘 전 발행된 'TRUMP'는 글로벌 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지 하루도 안 돼 1만8000% 넘게 오를만큼 머니무브를 일으켰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밈코인 발행에 나서자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이미 세상이 그의 쇼에 열광해 있는 걸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중 코인원과 빗썸이 서둘러 그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밈코인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행하고 나선 코인을 두고, 금융당국이 잡코인 취급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략적 포석도 염두에 뒀으리란 생각도 듭니다.

트럼프가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은 마치 하나의 티비 쇼를 보는 듯 합니다. 쇼 제작자가 시청자(국민)가 환호할 만한 콘텐츠(정책)를 편성(집행)하는 느낌입니다. 목적은 돈입니다. 작품성이야 어찌됐든 돈을 몰고오면 성공입니다. 그래서 제작자 트럼프가 찍고 있는 쇼를 두고 도덕성을 따지는 것은 소용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은 'TRUMP'의 가격이 트럼프 쇼의 흥행을 판단하는 지표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좋든 싫든 세계는 그의 쇼를 지켜봐야 할 운명입니다. 쇼가 끝날 때, 그의 주머니는 두둑해지겠지만, 우리에게 남는 건 뭘까요. 누군가는 화성에 땅 한평 분양이라도 받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무작위로 움직이는, 마치 마구와 같은 볼입니다. 공기의 저항, 야구공의 실밥, 미세한 흠집까지도 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구종인데요. 너클볼러가 공을 던지듯,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려해 이슈와 사건을 살피겠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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