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 합동조사반이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안전성 검사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 화재의 원인으로 보조배터리가 거론되고 있다. 기내수하물로 인한 항공기 사건이 지속되면서, 관련 규정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에어부산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기내수화물 규정 변경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홍콩행 여객기 BX391편에서 화재가 발생, 승객 169명을 포함한 176명이 긴급 탈출했다. 이 사건의 사망자는 없었지만, 7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항공기 화재 원인으로 보조배터리가 꼽히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28일 오후 10시 15분쯤 항공기 내부 후방 좌측 선반에서 발생했다. 탑승객들은 "선반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며 "불꽃, 연기와 함께 객실 안으로 연기가 퍼졌다"고 증언했다.
그 외 원인으로는 기내 상부 전기 합선 등이 언급됐지만, 사고 항공기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았다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조사 결과를 미루어볼 때 기체 문제가 아닌 보조배터리 등 기내수화물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에어부산 기내수화물 규정에 따르면 보조배터리를 비롯한 리튬배터리는 제한적으로 운송이 가능하다. 개인 사용 목적의 보조배터리는 리튬메탈베터리의 리튬 함량이 2g 이하이거나 리튬이온배터리가 100wh 이하인 경우 휴대가 가능하다.
또한 100wh 초과 160wh 이하 보조배터리는 항공사 승인 하에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다만 모든 종류의 보조배터리는 위탁 수화물로 운송이 제한된다. 화재가 발생해도 기내에서 신속하게 진화하기 위함이다.
에어부산 측은 기내수화물 규정 변경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보조배터리 등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규정 변경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기내 수화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에어부산 BX142편에서는 보조배터리에서 발생한 연기로 인해 탑승객 전원이 하차했으며, 같은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스쿠트항공과 2월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로얄 에어 필리핀 항공기 화재의 원인도 보조배터리였다.
이와 관련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보조배터리에 전기가 흘러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단락'을 막기 위해 파우치에 보조배터리를 보관하는 절연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철위와 프랑스 항공조사위원회는 합동감식을 통해 사고원인 규명에 나설 계획이다. 양측은 이날 오전 현장에서 합동감식 조사 일정을 결정하기 위한 사고기 위험관리평가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