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2019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금융권은 경제 불황, 초저금리 등 금융위기라는 꼬리를 물고 한 해를 보냈다. 한국은행은 올해만 네 번째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연중 경기가 예상보다 급하강했단 뜻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도 다사다난했던 금융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8월, 많은 소비자들이 믿어오던 은행에 발등을 찍혔다.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사태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DLF, DLS 사태는 그렇게 소비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고되면서 시작됐다.
DLS는 해외 금리·환율·국제유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정해진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한다. 만기 때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그에 따른 원금과 이자를 제공하지만 일정 수준을 벗어나게 되면 원금 전체를 잃을 수 있는 고위험투자상품이다. DLF는 DLS를 펀드로 만든 것이다.
영국이나 독일 등 외국 금리와 연계된 금융상품으로 국내 은행들이 8000억원 넘게 판매했으나 최근 금리변동으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위기에 처하면서 금융소비자원은 DLS 투자자 피해에 대한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추진하고 나섰다.
■금감원, 은행에 역대 최대 배상 결정
이에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DLF 사태에 관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불완전판매한 책임이 있는 은행에 투자자 손실액의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우리은행의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환자에게 초고위험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행위에 대해 위원회는 80% 배상을 결정했다. 투자 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 확률 0%’만 강조한 사례는 75%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나은행이 예금상품 요청 고객에게 상품의 기초자산을 잘못 설명한 문제에 대해선 65%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손실배수 등 위험성 설명 없이 안전성만 강조한 경우와 투자손실 감내 수준 확인 없이 초고위험상품을 권유한 경우는 각각 40%를 배상하도록 했다.
그간 통상적인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의 경우 영업점 직원의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배상비율을 결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DLF 분쟁조정은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및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점을 최초로 배상비율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조정안에 따르면 배상비율은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40%부터 80%까지 차등화됐다. 각 비율은 판례 등에 따라 투자자별로 과거 투자경험, 거래규모를 반영하는 등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도 균형 있게 고려됐다.
분재조정안은 은행과 피해자가 20일 내에 수락하는 경우에 성립된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모두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남은 것은 피해자들의 결정이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은행 판매 금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이 20%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기초자산이 대표국 주가지수이고 공모로 발행되었으며, 손실배수 1 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신탁(ELT)에 한해서만 은행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허용되는 기초자산 주가지수는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Eurostoxx)50,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니케이225 등 5개다. 또 ELT 판매량은 11월 잔액 이내로 유지토록 해 사실상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대신 은행들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관련 강화된 투자자 보호장치를 준수하고, 신탁재산 운용방법 변경시에도 신탁 편입자산에 대한 투자권유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상품설명서와는 별도로 고난도상품에 대한 투자설명서도 별도로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대형거래, 잦은 거래, 고객 투자성향 변동 등 이상거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영업점 직원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등을 포함한 은행권 자율규제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내년 중으로 은행권의 신탁 등 고위험상품 판매 실태에 대한 테마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제재를 고심하고 있다. 중징계가 예상되는 기관제재와 함께 금감원이 행장 등 최고경영자(CEO)까지 징계가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