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사(Barossa) 가스전, 다윈 LNG 플랜트 및 바유운단(Bayu-Undan) CCS 프로젝트 개요 (사진=SK이노E&S)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Carbon Capture & Storage)의 친환경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학계에서는 CCS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환경단체들은 이를 화석연료 산업 연장의 명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호주 바로사-깔디따(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는 SK이노베이션E&S(SK이노E&S) CCS가 탄소중립을 위한 효율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업이 될 전망이다.
바로사 가스전에서는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약 400km 남서쪽에 위치한 바유-운단 해상 폐가스전에 저장하는 방식의 CCS 기술이 도입될 예정이다. CCS가 탄소중립을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부 학자들은 오히려 탄소중립 달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CCS를 이용해 포집 가능한 이산화탄소는 연간 약 4500만t으로, 세계 에너지 부문 배출량의 0.1%에 불과하다. 여러 곳에서 CCS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프로젝트 추진 주체의 다수는 석유가스 관련 기업이다. 탄소저감을 위해 포집된 탄소는 대부분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 생산을 촉진하는데 쓰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탄소포집 관련 기술 중 상업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 되는 기술은 석유회수증진(Enhanced Oil Recovery, EOR) 기술이다. 이는 고압 상태로 노후 유전에 주입, 지층 내 석유의 점도를 낮춰 석유 유동성을 높여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식이다.
0.7MW급 CO₂ 포집 파일럿 공정 (사진=SK이노E&S)
현재 우리나라의 CCS 기술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비해 6~7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첫 실증사업인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CCS의 실질적인 효과와 경제성에 대한 검증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2022년 ‘처치 곤란의 탄소포집, 우리가 얻은 교훈(The carbon capture crux: Lessons learned)’ 보고서를 통해 “많은 국제기구들과 국가들이 탄소 포집 기술에 의존적인 화석연료의 탄소중립을 계획 중이지만, 이는 쉽게 달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CCS 기술이 지난 50년간 시도되고 있지만 많이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CCS기술의 사회적 비용이 최대 80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도시환경공학과 마크 Z. 제이콥슨 교수 등 연구팀은 최근 ‘환경 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149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50년 탄소 포집·저장 기술이 완전히 보급되면 연간 60조~80조달러(8경6300조~11경5000조 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다른 배출 저감 수단과 비교해 가장 비싸고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가장 적다면서 CCS에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산화탄소 저장 중 누출 시 해양 산성화 등의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지하공간의 압력 증가로 지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CO2 포집 공정도 (사진=SK이노E&S)
SK이노E&S에 따르면 바로사 가스전에서 배출될 온실가스는 연간 350만t 수준이다. 이는 천연가스 350만t을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240만t)와 천연가스 액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160만t)를 합산한 수치다. SK이노E&S는 이를 포집 및 제거하는 CCS(Carbon Capture & Storage) 기술을 적용해 이를 해결할 방침이지만, IEEFA는 CCS 적용 과정에서 예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될 것이며, 이에 따라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호주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는 법적 분쟁과 갈등으로 인해 일정이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최대 4000억 원까지 발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총 투자 비용은 46억 달러(약 6조1424억 원)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CCS 기술의 실효성이 SK이노E&S LNG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