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 전경 (사진=SK이노E&S)
SK이노베이션 E&S(이하 SK이노E&S)는 바로사 가스전 첫 상업 생산으로 LNG 포트폴리오 안정화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교두보로 주목받은 바로사 가스전은 ‘친환경 에너지’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논란으로 역공당했다. 여기에 원주민의 반발이 더해져 사업 지연 사태를 겪었다.
SK이노E&S는 올해 4분기 바로사 가스전 첫 상업생산으로 연간 130만t LNG를 신규 확보하게 된다. 바로사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없는 LNG’ 생산으로 주목받았다. 총 길이 502km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동티모르 바유운단(Bay-Undan) 가스전과 다윈 LNG 터미널을 연결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바유운단으로 운송해 지하 3km 아래 바다 속에 저장하는 방식이 CCS다.
탄소중립을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된 호주 바로사 가스전 CCS 활용은 친환경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 및 티위 제도 므누피 지역 원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초기 목표보다 생산 일정이 늦어졌다. 원주민들은 지난 2022년 공사 중치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이듬해 10월 해저 송유관 파이프라인 건설 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법원이 두 소송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시추 작업과 송유관 건설이 일시 중단됐었다.
지난해 2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티위섬 원주민 (사진=기후솔루션)
원주민들은 가스전과 다윈 LNG 터미널을 잇는 해저 송유관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문화유산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력히 반대했다. 원주민들은 “개발 지역 인근에 악어인간과 무지개뱀 같은 전설 속 무형의 해저 문화유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원주민의 신화에서 무지개뱀은 생명과 땅의 생성을 관장하는 창조의 신으로 자연의 대표자의 의미를 갖는다. 호주 원주민의 문화에서 악어는 조상과 연결돼 있으며 교훈과 지혜를 전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원주민들의 주장이 ‘미신’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호주 법원은 유·무형 문화유적 존재 주장에 대한 증거와 신빙성 부족을 이유로 원주민의 요구를 기각하고 공사를 재개했다. 미신 때문에 국가 경제에 기여할 공사가 중단되는 촌극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말라우 부족 지도자인 테레즈 부크는 “만약 티위족이 한국에 와서 신성한 백두대간에 가스를 얻기 위해 시추를 시작하고, 경복궁을 관통하는 파이프라인을 깔았다고 상상해 보라”며 일침을 가했다.
지난해 국회를 찾은 티위섬 원주민은 바로사 가스 프로젝트에 대해 “우리 땅에 말뚝을 박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가스관이 지나는 바다가 원주민들에게 문화와 역사적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법적 분쟁과 갈등으로 인해 사업 일정이 지연되면서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산토스가 발표한 4분기 실적에 따르면, 가스전 사업에 필요한 추가 투자금액은 최대 4000억 원에 달하며, 총 투자 비용은 최대 46억 달러(약 6조1424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 1~2분기로 예상되던 상업생산 일정도 4분기로 연기됐다.
아울러 CCS 기술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CCS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환경단체들은 이를 화석연료 산업의 연장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E&S는 2030년까지 1000만t의 LNG 트레이딩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이노E&S가 바로사 가스전을 통해 LNG 밸류체인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