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틀째 열리고 있는 '인터배터리 2025'의 LG화학 부스를 찾아 초고중합도 PVC로 만든 전기차 충전용 케이블을 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을 이끌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신학철 부회장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2018년부터 LG화학의 수장을 맡아온 그는 글로벌 화학 산업의 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며 ‘장수 CEO’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구조 전환의 이중 과제에 직면하면서 그의 리더십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신학철 부회장은 취임 이후 배터리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친환경 및 첨단 소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LG화학을 글로벌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며 글로벌 화학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였다.

석유화학 업계는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자급화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수년간 불황을 겪었다. 이에 따라 LG화학도 글로벌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의 전통 에너지 회귀 정책이 업황 회복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최근 ‘인터배터리 2025’에서 "아직도 힘든 상태고 최저점을 지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 전지재료 ▲ 신약 ▲ 서스테이너블리티 등 이른바 ‘3대 신성장 동력’ 분야의 육성은 그가 2021년부터 낙점해 선제적으로 추진해왔다. 회사 전체 투자의 60% 이상을 신성장 동력 사업에 집중하며, 기존 석유화학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강화를 위해 재활용 제품, 친환경 바이오 소재, 신재생에너지 소재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 자동차 차체용 접착제 (사진=LG화학)

LG화학은 올해 미국과 인도 현지에 각각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공장을 준공하고, 향후 추가 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또 자동차 전장용 접착제 사업도 2030년까지 수천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최근 밝혔다.

PBAT(생분해 플라스틱) 사업은 시장 형성의 어려움과 수익성 문제로 인해 중단했지만,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ASA(Acrylonitrile Styrene Acrylate) 개발을 추진하며 지속가능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3대 신성장 동력 육성과 함께 나프타 분해 시설(NCC) 여수 2공장의 매각 여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매각설이 제기된 가운데, 현재 쿠웨이트 석유공사와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의 마지막 1950년대생 CEO인 신학철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과 내부 개혁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영입된 첫 외부 출신 CEO로, LG의 전통적인 인사 방식을 깬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도 LG화학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면서 구광모 회장의 신뢰가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수 CEO로서 신학철 부회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의 선택이 LG화학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