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가 멀게 익숙한 이름들의 부고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심란한데, 그 부고를 둘러싼 시끄러운 잡음들을 멈추지 않고 생산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드러눕고 싶은 마음이다.

오늘만 해도 여러 번 보고 들은 이상한 말이 있다.

“연예인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써놓고 다시 봐도 이상하다. 언뜻 ‘연예인들은 모두 알아서 잘살고 있다’는 가벼운 냉소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은 소름 끼치는 정서가 담긴 말이다. 우선 이 말은 ‘연예인들은 모두 형편이 나쁘지 않다.’는 잘못된 통념에 기댄다. 전혀 사실도 아닐뿐더러, ‘형편’이 곧장 ‘경제력’으로 치환된다는 오류가 있다. 즉 이 말을 쓰는 집단의 맥락 안에서는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닌 ‘형편’이란 있을 수 없다.

더불어 이 말에서는 ‘나보다 주머니 사정이 나은 사람을 걱정하는 것은 우습고 쓸모없는 일’이라는 괴이한 전제까지 느껴진다. 연예인 걱정을 하지 말라는 이들에게 ‘걱정’이란 지갑이 두둑한 사람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동전처럼 던질 수 있는, 일종의 시혜와 같은 마음인 모양이다.

그들은 ‘형편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희미한 적대적 그룹을 먼저 상정한다. 실체가 없는 이 그룹의 특징은 적당한 비행을 일삼고, 상대적으로 쉽게 고소득을 얻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이 그룹이 견딜 수 없이 밉다, 그래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특정 개인을 이 그룹 속에 던져버린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연예인이면 악플 정도는 감수해야지.”
“연예인들은 쉽게 돈 벌잖아.”

이런 말들의 진짜 정체는 반지성이다. 생활인으로서 밥벌이가 가진 고단함의 여러 층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인생이 괴로운 셀 수도 없이 많은 이유를 편협하게 싸잡아 묶는 이들이 드러내는 모자람이다.

“상기하기는 그 자체로 윤리적 가치를 안고 있다. 기억은 이미 죽은 사람들과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슴 시리고도 유일한 관계이다. 따라서 그들을 기억하는 것이 윤리적 행위라는 믿음은, 우리도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눈앞에서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닌 본성 한가운데에 깊숙이 놓여 있다.”

수전 손택(Susan Sontag)이 『타인의 고통』에서 한 말이다.

“연예인을 걱정하지 말자.”고 강하게 외치던 사람들이, 세상을 등진 연예인의 죽음을 가장 적극적으로 구경하려 달려드는 역설.

“악플을 감내하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이라 말하던 이들이 사회적 참사 앞에서 책임자를 색출해 처벌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러니.

그렇게 모순으로 점철된 인간관의 그들도 살면서 한 번쯤은 세상을 등진 연예인을 떠올리며 스스로 뱉은 말의 경솔함 때문에, 후회가 동반된 애도를 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온전히 애도만 하고 싶지, 후회를 겸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계속 연예인 걱정을 할 테다.

김선욱 레디투다이브 대표

■출판사에서 10년간 마케팅을 하며 <소행성책방>, <교양만두> 등의 채널을 통해 지식교양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현재 출판사 '레디투다이브'의 대표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