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보험설계사들이 높은 수수료에 눈이 멀어 유사수신 등 불법 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설계사들의 일탈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 법인보험대리점(GA) 등 2개 GA 소속 보험설계사 97명이 보험계약자 765명을 상대로 1406억원의 유사수신 자금을 모집, 이 가운데 약 342억원을 고객에게 상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설계사 출신인 이 모씨는 2017년 PS파이낸셜이란 대부업체를 설립한 뒤 2022년 GA까지 직접 설립해 소속 설계사들로 하여금 유사수신 자금을 모집토록 했다. 다단계(4단계) 피라미드 조직으로 운영돼 모집 실적별 수당과 수수료가 지급됐다. 폰지 사기 형태로 상환금이 부족해진 시점부터는 GA 모집수수료 자금을 유사수신 상환자금으로 돌려 막았다.
미래에셋생명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일부 설계사들도 보험영업과 별도로 보험계약 고객들에게 유사수신을 적극 권유했다. 기업이 발행한 단기채권이나 대부업체의 대출자금 등에 투자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PS파이낸셜 대표의 개인계좌로 송금됐다. 높은 수수료 수입에 눈이 멀어 영업활동으로 취득한 고객 정보를 유사수신에 악용한 것. 이 과정에서 GA는 무단 광고 등 소속 설계사들의 일탈을 방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가담한 관련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보험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법 사항은 수사당국에 고발해 관련자들이 소비자 피해에 상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관계자는 "현재 관련 설계사에 대한 전원 해촉 절차를 진행 중이며, 향후 금감원 지시에 따른 대응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강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GA 및 설계사 등록취소 사유에 유사수신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처벌 근거가 미비한 상태다. 보험설계사가 보험영업 외에 대부업체 등 다른 영업을 병행해도 GA는 파악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GA 및 설계사의 등록취소 사유에 유사수신 등 처벌 이력을 추가하는 법규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대부업체 연관 GA에 대해서는 판매위탁 보험사에게 해당 GA를 보다 면밀히 관리토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설계사의 일탈이 보험산업 전체의 신뢰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금감원이 지난 9일 발표한 '2024년 보험사기 적발실적'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설계사 수는 2017명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2022년 1598명, 2023년 1782명, 2024년 2017명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현행 보험업법상 사기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5년간 설계사 등록이 제한되지만 그 이후 복귀가 가능해 재범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국회는 보험사기 설계사들을 원스트라이크 아웃 영구퇴출시키는 법안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설계사를 즉시 퇴출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여야 구분 없이 발의된 상태여서 금융당국은 관련 입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자료=금융감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