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승환계약에 따른 소비자 피해 예시. 설계사 甲은 ’22.1.12.~’24.3.8. 기간 중 ‘무배당OOOOOO종신보험’ 등 16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18건의 부당 승환계약을 발생시켰다.(자료=금감원)
보험설계사들이 고액 정착지원금을 받고 회사를 옮기면서 기존 고객들에게 부당 승환계약 등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업계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5개 대형 GA(법인보험대리점)를 대상으로 정착지원금 관련 검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3502건의 부당 승환계약을 발생시켰다고 23일 밝혔다.
부당 승환계약이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면서 신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신계약을 청약하게 한 후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행위를 이른다. 예를 들어 암보험에 이미 가입한 소비자에게 보장이 강화된 신상품이라며 다른 암보험을 소개하고 갈아타도록 권유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사는 판매수수료 등 금전적 이익을 얻지만 소비자는 반대로 금전적 손실과 함께 보장 단절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현행 보험업법(제97조 제1항)에서는 부당 승환계약을 불법행위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GA 업계에서는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당 승환계약이 일상 다반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GA 1개사 평균 700건의 부당 승환계약이 적발됐고, 설계사 1인이 39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41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 소멸시킨 사례도 확인됐다.
대형 5개 GA의 조사 결과가 이 정도이고, 업계 전체로 확대해서 보면 훨씬 더 피해 규모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GA 등 보험대리점 수는 2만9859개로, 소속 설계사 수는 26만3321명에 달한다. 전체 설계사의 43.4%를 차지한다.
GA의 시장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면서 업계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곧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금감원은 분석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2022~2023년 기간 중 대형 GA 39개사는 경력설계사 1만4901명에게 총 2590억원(1인당 1738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했다. 모 회사의 경우 1인당 4433만원을 지급한 곳도 있었다.
정착지원금은 설계사를 유치할 때 지급하는 스카우트 비용으로, 이직 전 소속회사에서 받지 못하는 수수료 등에 대한 보상 성격을 지닌다.
설계사 몸값이 올라가면서 업계에 과당 유치 경쟁이 펼쳐졌고,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이직한 설계사는 새로운 회사에서 실적 부담을 느껴 기존 고객에게 부당 승환계약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진단이다. 최근의 단기납 종신보험, 경영인정기보험 판매 과열이 대표적인 사례.
금감원은 적발된 GA에는 과태료와 기관제재, 설계사에는 과태료와 업무정지 등의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영업질서 훼손 및 소비자의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엄격히 제재할 계획"이라며 "특히 금년 이후 실시한 검사의 경우 기관제재를 보다 강화하고 그간 관행적으로 적용해 온 제재 감경·면제 등을 엄격히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정착지원금에 대한 GA의 내부통제가 미흡하다고 보고 경영유의 또는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자료=금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