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관련업계나 언론조차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이에 정부 당국은 왜 보험개혁에 나섰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7회에 걸쳐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순서> ①지금, 왜 보험개혁인가 ②한화생명은 왜 제판분리 나섰나 ③삼성화재는 왜 방카에서 철수했나 ④교보생명은 왜 디지털에 뛰어들었나 ⑤토스는 왜 보험 전략을 수정했나 ⑥KB라이프는 왜 시니어사업에 뛰어들었나 ⑦금리하락기, 보험사는 왜 두려운가 비바리퍼블리카의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토스인슈어런스(대표 조병익)는 초기 실패를 딛고 비대면 텔레마케팅 중심의 기존 전략을 대면 영업으로 수정, 지난 4월 소속 설계사 15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단 2명의 설계사로 대면 영업을 시작한 이래 불과 2년여 만에 750배 성장했다. 조 대표는 "정착지원금 없이도 무료 고객매칭, 투명한 수수료 등 설계사 입소문이 급성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자료=토스인슈어런스) “가장 높은 벽은 소비자들이 신물 나게 겪은 과거의 상담 경험이었다.” ‘간편송금 서비스’로 금융권에서 스타트업 신화를 써내려 가던 주식회사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게 보험업은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였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스타트업 특성이다. 토스가 보기에 가장 문제가 많은 금융업권은 보험이었다. 토스인슈어런스(2018년)는 그렇게 토스증권(2021년), 토스뱅크(2021년)보다 세상에 먼저 나왔다. ■ 토스의 보험 정공법 토스는 대한민국 보험업 문제의 핵심을 ‘공급자 중심’ 마인드라고 봤다. 금융소비자에게는 은행과 증권도 어렵지만 보험은 더 어렵다. 상품에 한 번 가입하려면 요구되는 배경지식이 너무 많다. 상품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용하는 용어까지 생소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전문가인 보험설계사에 기댄다. 하지만 고객의 이익이 설계사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보험사가 이익을 많이 남기는 상품일수록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도 많기 때문이다. 설계사 입장에선 고객에 불리한 상품을 많이 팔수록 수익이 커진다. 토스는 보험업계의 이런 구조적 문제가 설계사의 고용 형태에 기인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험에 들어갔다. 보험 고객 상담을 맡는 이들을 설계사가 아닌 보험분석매니저라 칭했다. 그리고 기존 회사들과 달리 연봉제로 채용했다. 비대면 텔레마케팅(TM) 보험설계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파격을 감행한 것이다. 판매실적과 소득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고 성과지표 또한 상담·계약 건수가 아닌 ‘NPS(Net Promoter Score, 고객추천지수)’를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인센티브 역시 개인이 아닌 팀의 성과에 따라 동률로 반기마다 지급했다. 모든 에너지를 ‘고객 만족’ 하나로 집중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NPS가 꾸준히 90점대로 나왔다. 90점은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회사가 수두룩한 것이 대한민국 금융업계 현실이다. 비대면 텔레마케팅 방식도 진심을 다해 고객의 이익에 집중하면 꿈의 숫자 ‘90점’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성과였다. 보험계약 1년(13개월) 유지율도 90% 이상을 기록했다. 1년 유지율 80%대에서 2년 유지율 60%대로 뚝 떨어지는 것이 다른 회사들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설계사의 인적 관계에 기반한 푸시 영업이 업계에 고착화된 탓이다. ■ 높았던 보험의 벽, 토스의 1라운드 판정패 이런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토스인슈어런스는 2021년 말 ‘대면 전환’을 선언한다. 고객 만족도가 높으면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던 것. 결국 정규직 모델이 가진 확장속도의 문제를 인식했다. 생필품과 달리 보험상품은 구매 주기가 길다.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보통 한 번 구매하면 5~20년은 재구매할 필요가 없다. 매니저 인원도 너무 적었다. 100명 규모로는 고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토스의 성공과 실패의 역사가 담긴 저서 ‘유난한 도전(2022)’의 한 구절을 그대로 옮겨본다. “가장 높은 벽은 소비자들이 신물 나게 겪은 과거의 상담 경험이었다. ‘당신들도 다 돈 벌려고 수작 부리는 것 아니냐’는 냉대가 일상적이었다. 상담을 받아본 고객들은 높은 만족감을 표했지만 상담에 들어가기까지가 험난했다. 소비자가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소득이 안정된 보험분석매니저가 왜 자신에게 유리한 지 학습한 다음에야 본 상담을 시작할 수 있었다.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첫 번째 팀이 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던 팀원들도, 하루에 수십 번씩 겪는 매몰찬 거절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했다.” 보험업계의 나쁜 관행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추락시켰고, 경계심 가득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는 씁쓸한 고백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그래도 실험은 계속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보험개혁을 선언하면서 ‘신뢰회복’과 ‘혁신적 서비스’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토스의 사례에서 보듯 추락한 신뢰는 자신만만한 스타트업의 패기마저 꺾는다. 얻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것은 한 순간인 게 신뢰다. 이는 곧 보험업계가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오랫동안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을 지속해야 함을 의미한다. 핵심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소비자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 지금 드러난 핵심 문제는 ‘고객보다 실적이 우선되는 업계의 나쁜 관행’이다. 금융당국은 ‘마지막 기회’라며 절박한 심정을 피력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개별 회사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면 협회 차원에서라도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생보·손보협회 모두 잠잠하다. 그러는 사이 일부 보험사와 GA는 도박판을 설계하는 ‘타짜’처럼 새로운 절판마케팅 상품 발굴에 여념이 없다. 자정 노력을 게을리하면 필연적으로 외부 충격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택시업계가 대표적이다. 한 때 불친절, 난폭·과속운전, 승차거부 등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타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강제 정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보험업계 또한 혁신 서비스 실험은 지속되고 있다. 토스의 재도전과 함께 ‘해빗팩토리’의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2016년 설립된 해빗팩토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보험사와 고객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27만 건의 보험상품을 분석하는 등 초기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4년 간 공을 들였다.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AI로 분석해 보험설계사들이 온라인으로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시그너플래너’ 앱을 2018년 출시했다. 실적과 수익 간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토스가 시도했던 것처럼 설계사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회사 측 표현을 빌리면 ‘고객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설계사들’만 모았다. 지난해 매출 150억원을 돌파했고 앱 스토어 평점은 4.9점에 달한다. 설계사 수는 100명도 되지 않지만 생산성은 월등히 높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이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는 비싼 상품이 아니라 꼭 필요한 보장만 들어 있는 가장 저렴한 상품을 추천한다. 토스와 달리 전화가 아닌 카카오톡 메신저로만 상담이 진행돼 설계사 중에는 청각장애인도 있다. 인공지능 기반이어서 설계사마다 추천 상품이 다른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20·30세대가 선호하는 비대면 영업으로 젊은 고객을 대거 확보해 ‘생산성, 수익성, 고객신뢰’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창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보험의 경우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사업의 성격 때문에 사람(설계사)만이 유일한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국내에 팽배한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미국의 사례를 보면 AI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됨에 따라 거의 전 영역에서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들이 스타트업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맞물려 성공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스 역시 초기 실패를 딛고 재도전을 지속 중이다. 비대면 텔레마케팅 중심의 기존 전략을 대면 영업으로 수정, 지난 4월 소속 설계사 1500명을 돌파했다. 2022년 2월 단 2명의 설계사로 대면 영업을 시작한 이래 불과 2년여 만에 750배 성장한 셈이다. 대면 영업으로 전환했어도 고객만족도(NPS)는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조병익 대표는 "정착지원금 없이도 무료 고객매칭, 투명한 수수료 등 설계사 입소문이 급성장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해빗팩토리는 축적된 고유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최적의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한다.(자료=해빗팩토리 홈페이지)

[보험개혁 Why⑤] 토스는 왜 보험 전략을 수정했나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9.10 11:00 | 최종 수정 2024.09.11 09:38 의견 0

금융당국이 ‘보험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관련업계나 언론조차 해당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드물다. 이에 정부 당국은 왜 보험개혁에 나섰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7회에 걸쳐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순서>

①지금, 왜 보험개혁인가
②한화생명은 왜 제판분리 나섰나
③삼성화재는 왜 방카에서 철수했나
④교보생명은 왜 디지털에 뛰어들었나
⑤토스는 왜 보험 전략을 수정했나
⑥KB라이프는 왜 시니어사업에 뛰어들었나
⑦금리하락기, 보험사는 왜 두려운가

비바리퍼블리카의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토스인슈어런스(대표 조병익)는 초기 실패를 딛고 비대면 텔레마케팅 중심의 기존 전략을 대면 영업으로 수정, 지난 4월 소속 설계사 15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단 2명의 설계사로 대면 영업을 시작한 이래 불과 2년여 만에 750배 성장했다. 조 대표는 "정착지원금 없이도 무료 고객매칭, 투명한 수수료 등 설계사 입소문이 급성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자료=토스인슈어런스)


“가장 높은 벽은 소비자들이 신물 나게 겪은 과거의 상담 경험이었다.”

‘간편송금 서비스’로 금융권에서 스타트업 신화를 써내려 가던 주식회사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게 보험업은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였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스타트업 특성이다. 토스가 보기에 가장 문제가 많은 금융업권은 보험이었다. 토스인슈어런스(2018년)는 그렇게 토스증권(2021년), 토스뱅크(2021년)보다 세상에 먼저 나왔다.

■ 토스의 보험 정공법

토스는 대한민국 보험업 문제의 핵심을 ‘공급자 중심’ 마인드라고 봤다. 금융소비자에게는 은행과 증권도 어렵지만 보험은 더 어렵다. 상품에 한 번 가입하려면 요구되는 배경지식이 너무 많다. 상품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용하는 용어까지 생소하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전문가인 보험설계사에 기댄다. 하지만 고객의 이익이 설계사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보험사가 이익을 많이 남기는 상품일수록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도 많기 때문이다. 설계사 입장에선 고객에 불리한 상품을 많이 팔수록 수익이 커진다.

토스는 보험업계의 이런 구조적 문제가 설계사의 고용 형태에 기인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험에 들어갔다. 보험 고객 상담을 맡는 이들을 설계사가 아닌 보험분석매니저라 칭했다. 그리고 기존 회사들과 달리 연봉제로 채용했다. 비대면 텔레마케팅(TM) 보험설계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파격을 감행한 것이다. 판매실적과 소득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고 성과지표 또한 상담·계약 건수가 아닌 ‘NPS(Net Promoter Score, 고객추천지수)’를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인센티브 역시 개인이 아닌 팀의 성과에 따라 동률로 반기마다 지급했다. 모든 에너지를 ‘고객 만족’ 하나로 집중시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NPS가 꾸준히 90점대로 나왔다. 90점은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회사가 수두룩한 것이 대한민국 금융업계 현실이다. 비대면 텔레마케팅 방식도 진심을 다해 고객의 이익에 집중하면 꿈의 숫자 ‘90점’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놀라운 성과였다. 보험계약 1년(13개월) 유지율도 90% 이상을 기록했다. 1년 유지율 80%대에서 2년 유지율 60%대로 뚝 떨어지는 것이 다른 회사들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설계사의 인적 관계에 기반한 푸시 영업이 업계에 고착화된 탓이다.

■ 높았던 보험의 벽, 토스의 1라운드 판정패

이런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토스인슈어런스는 2021년 말 ‘대면 전환’을 선언한다. 고객 만족도가 높으면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던 것. 결국 정규직 모델이 가진 확장속도의 문제를 인식했다.

생필품과 달리 보험상품은 구매 주기가 길다.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보통 한 번 구매하면 5~20년은 재구매할 필요가 없다. 매니저 인원도 너무 적었다. 100명 규모로는 고객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토스의 성공과 실패의 역사가 담긴 저서 ‘유난한 도전(2022)’의 한 구절을 그대로 옮겨본다.

“가장 높은 벽은 소비자들이 신물 나게 겪은 과거의 상담 경험이었다. ‘당신들도 다 돈 벌려고 수작 부리는 것 아니냐’는 냉대가 일상적이었다. 상담을 받아본 고객들은 높은 만족감을 표했지만 상담에 들어가기까지가 험난했다. 소비자가 보험이라는 금융상품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소득이 안정된 보험분석매니저가 왜 자신에게 유리한 지 학습한 다음에야 본 상담을 시작할 수 있었다.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첫 번째 팀이 되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던 팀원들도, 하루에 수십 번씩 겪는 매몰찬 거절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했다.”

보험업계의 나쁜 관행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추락시켰고, 경계심 가득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는 씁쓸한 고백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례로 볼 수 있다.

■ 그래도 실험은 계속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보험개혁을 선언하면서 ‘신뢰회복’과 ‘혁신적 서비스’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토스의 사례에서 보듯 추락한 신뢰는 자신만만한 스타트업의 패기마저 꺾는다. 얻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것은 한 순간인 게 신뢰다. 이는 곧 보험업계가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오랫동안 피와 살을 깎는 노력을 지속해야 함을 의미한다. 핵심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소비자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 지금 드러난 핵심 문제는 ‘고객보다 실적이 우선되는 업계의 나쁜 관행’이다.

금융당국은 ‘마지막 기회’라며 절박한 심정을 피력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개별 회사 차원의 대응이 어렵다면 협회 차원에서라도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생보·손보협회 모두 잠잠하다. 그러는 사이 일부 보험사와 GA는 도박판을 설계하는 ‘타짜’처럼 새로운 절판마케팅 상품 발굴에 여념이 없다.

자정 노력을 게을리하면 필연적으로 외부 충격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택시업계가 대표적이다. 한 때 불친절, 난폭·과속운전, 승차거부 등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타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강제 정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보험업계 또한 혁신 서비스 실험은 지속되고 있다. 토스의 재도전과 함께 ‘해빗팩토리’의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2016년 설립된 해빗팩토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보험사와 고객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27만 건의 보험상품을 분석하는 등 초기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4년 간 공을 들였다.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AI로 분석해 보험설계사들이 온라인으로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시그너플래너’ 앱을 2018년 출시했다. 실적과 수익 간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토스가 시도했던 것처럼 설계사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회사 측 표현을 빌리면 ‘고객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설계사들’만 모았다. 지난해 매출 150억원을 돌파했고 앱 스토어 평점은 4.9점에 달한다.

설계사 수는 100명도 되지 않지만 생산성은 월등히 높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 주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이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는 비싼 상품이 아니라 꼭 필요한 보장만 들어 있는 가장 저렴한 상품을 추천한다. 토스와 달리 전화가 아닌 카카오톡 메신저로만 상담이 진행돼 설계사 중에는 청각장애인도 있다. 인공지능 기반이어서 설계사마다 추천 상품이 다른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20·30세대가 선호하는 비대면 영업으로 젊은 고객을 대거 확보해 ‘생산성, 수익성, 고객신뢰’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창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보험의 경우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사업의 성격 때문에 사람(설계사)만이 유일한 솔루션이라는 생각이 국내에 팽배한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미국의 사례를 보면 AI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됨에 따라 거의 전 영역에서 해결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들이 스타트업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맞물려 성공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스 역시 초기 실패를 딛고 재도전을 지속 중이다. 비대면 텔레마케팅 중심의 기존 전략을 대면 영업으로 수정, 지난 4월 소속 설계사 1500명을 돌파했다. 2022년 2월 단 2명의 설계사로 대면 영업을 시작한 이래 불과 2년여 만에 750배 성장한 셈이다. 대면 영업으로 전환했어도 고객만족도(NPS)는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조병익 대표는 "정착지원금 없이도 무료 고객매칭, 투명한 수수료 등 설계사 입소문이 급성장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해빗팩토리는 축적된 고유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최적의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한다.(자료=해빗팩토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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