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빗썸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국내 은행들이 고객수와 예치금이 큰폭으로 증가하는 '코인빔'을 맞고 있다. 예전에 은행들이 금융당국 눈치를 보며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제휴를 꺼렸다면, 이제는 거래소가 은행을 골라서 취하는 모양새가 됐다. 거래소의 제휴 선택으로 은행들 희비도 갈리는 형국이다.

우선 빗썸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원화 입출금 계좌 제휴를 시작, KB국민은행에서 '빗썸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53조3949억원으로, 빗썸에 계좌 사전등록을 시작한 1월 말 이후 잔액이 2조5064억원 늘었다. KB스타뱅킹 앱 신규 가입자 수 역시 1월 초 4021명에서 2월 말 1만1639명으로 189.5% 증가했다. 이렇듯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제휴 효과'가 숫자로 확인되는 상황.

업비트와 2020년 6월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의 경우, 기존 가입자 219만명에서 업비트 제휴 1년 새 660만명으로 3배 급증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총 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는데, 이는 전년 당기순이익 128억원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물론 '코인빔'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치권으로부터는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은행들이 '뱅크런' 지적에 시달리기도 하고, 거래소와 제휴가 해지될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최근 서둘러 세번째 IPO 추진 계획을 내놓으면서, 업비트와의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상장 추진을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었다.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제휴는 오는 10월 만료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업비트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의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케이뱅크와의 '동맹'이 계속될 지 여부에 촉각이 모인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제휴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는 있지만, 경쟁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것도 현실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 실명 인증 수단인 '하나 인증서'를 업비트 실명 인증 수단에 추가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빗썸이 KB국민은행과의 새로운 제휴로 고객층을 대거 확대하면서 업비트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와함께 현재 ‘1거래소·1은행' 관행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금융당국 등 법적으로 명시된 규정은 없지만, 하나의 거래소에서 한 곳의 은행과 제휴를 맺도록 일종의 그림자 규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는 한 곳의 은행과 제휴한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모든 은행의 고객들과 연결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 간 제휴 가능 범위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