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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를 바라보는 전통 금융권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 때 제휴은행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이제는 은행을 골라가며 갈아타는 상황이다.
빗썸은 오는 3월 24일부터 빗썸의 제휴은행이 NH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변경된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KB국민은행 계좌연결 사전등록은 오는 20일 오전 9시 개시된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금융당국, 은행들과 긴밀히 협조해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가상자산 시장이 건전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사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빗썸은 국민은행과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현재 20% 수준인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은행 업계 1위인 KB국민은행과 손잡으면서, 국민은행의 신뢰도를 기반으로 이용자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빗썸의 제휴은행 변경 건은 가상자산거래소의 달라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제휴은행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금융당국도, 보수적인 은행권에서도 가상자산거래소를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봐 온 게 사실이다.
빗썸 또한 NH농협은행과 제휴하면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2018년 거래 재계약 당시에는 NH농협 측이 보안강화 및 내부관리 등 엄격한 조건을 요구하면서 한때 빗썸의 원화 입출금이 막히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거래소들의 입지가 달라진 것. 지난해 빗썸의 예치금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상자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는 등 규제 환경이 정착된 것도 가상자산거래소에는 기회 요인이 됐다. 특히 올해부터는 가상자산거래소의 법인 계좌 투자가 단계적으로 허용되면서, 가상자산이 전통 금융 시장에 뿌리내리는 해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적 변화로, 보수적인 은행 입장에서도 가상자산거래소와의 제휴를 마다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업계에선 디지털 자산이 세계적으로 주류화되면서 규제 기관과 은행이 만족하는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가상자산 산업에 있어 또 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보다 다양한 투자자와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KB국민은행 신관(자료=KB국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