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케이뱅크 본사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 이석우 두나무 대표, 최원석 BC카드 사장. /사진=BC카드
케이뱅크가 내년 초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한다. 벌써 세번째다. 지난 8월 받은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은 내년 2월까지다. 이에 석달내 상장 가능성을 재증명해 내야 한다. 몸값을 낮추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하긴 어렵다. '삼수생' 케이뱅크 앞에 펼쳐질 조건들도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업비트와의 관계'다.
케이뱅크 수신 잔액에서 업비트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월 기준 16.8%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국회에서 거듭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성' 해소를 주문하는 이유다. 업비트의 가상자산 시장 독과점 문제 및 가상자산 폭락에 따른 '뱅크런' 리스크는 IPO를 앞둔 케이뱅크에는 리스크일 수 있다.
다만 케이뱅크로선 업비트는 놓쳐서는 안될 핵심 파트너다. 2025년 업비트는 케이뱅크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쌍방 파트너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 가격의 경우, ETF 승인 등으로 제도권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데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전략 자산으로 언급하는 등 불확실성을 상당수 걷어낸 상황이다.
최근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처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격도 고지를 향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법인 계좌 허용 가능성이 높아 투자 여력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자연스럽게 현재 파트너십의 힘의 우위는 업비트다. 업비트는 최근 케이뱅크와의 실명계좌 계약을 1년 연장했다. 케이뱅크 측에서는 3년 계약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시중 은행과의 제휴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업비트 가 제휴할 은행을 '고르고' 있는 셈이다.
케이뱅크 입장에선 업비트와 결속을 다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7일 케이뱅크(은행장 최우형)가 두나무(대표이사 이석우)와 BC카드(사장 최원석)와 MOU를 체결하고, '신뢰감 있는 가상자산 거래 환경 조성'을 약속한 것도 그 일환이다.
3사는 케이뱅크의 모바일 뱅킹 경험, BC카드의 지급결제 프로세싱 인프라, 두나무의 가상자산 시장 리더십을 바탕으로 고객을 위한 혁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은행 대장주인 카카오뱅크 부진도 케이뱅크에겐 아프다. 케이뱅크가 지난 10일~16일 사이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면서 물량 배정에 난항을 겪었다. 당초 케이뱅크의 공모 희망가는 9500원~1만2000원 선으로, 시가총액 5조원대를 기대했다.
'시가총액 5조원'은 케이뱅크가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참고한 피어그룹의 지표를 통해 산출됐다. 국내에선 카카오뱅크를, 해외에선 글로벌 BaaS(서비스형 뱅킹)인 SBI스미신넷뱅크와 미국 뱅코프의 주가수익비율(PBR)을 기반으로 이들의 평균치인 2.56배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렇게 도출된 케이뱅크의 PBR이 카카오뱅크의 현재 주가 기준인 1.62보다 높자, 시장에선 가격에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대장주 카카오뱅크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판국에 케이뱅크로 향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향후 카카오뱅크의 두드러진 활약이 없다면, 케이뱅크의 '기업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새롭게 형성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