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4' 행사장에 몰린 인파. (사진=넥슨)

국내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 WHO 권고 기준에 따라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면, 게임 이용자는 물론 산업 전반에 부정적 낙인이 찍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 국내 도입을 앞두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는 게임을 중독 행위로 인정하고, 이를 질병으로 분류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 전반을 의미한다. 지난 2019년 WHO가 국제질병분류(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6C51)로 등재하면서 국내에도 도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 및 정신의학계가 질병코드 도입 찬성 입장을, 문화체육관광부 및 게임업계가 반대 입장을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반대 측은 WHO의 ICD-11이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국내 연구 결과 중 일부는 게임이용장애의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며, 과몰입과 병적 중독 간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의 성향이나 사회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을 무시한 채 일률적인 질병 코드로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게임 산업은 콘텐츠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하는 효자 산업임에도 국내 수요 감소와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투자 위축은 물론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에서 질병코드가 등재될 경우 국내 게임 산업이 향후 2년간 약 8조8000억원의 경제적 손실과 8만여 개의 일자리 감소를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 문화와의 온도차도 상당하다. 북미·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게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아 관련 논의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 않으며, 미국의 경우 독자적 분류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권고 사항에 불과한 WHO 질병분류 기준을 근거로 정책을 제정하면 과도하게 편향적으로 흐를 위험성이 크다는 게 반대 측의 논거다.

또한 국내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이미지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섣부른 도입이 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넥슨의 '카잔', 크래프톤 '인조이' 등의 신작 게임들이 서구권에서 흥행하고 있으며, 해당 작품들은 국내 게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는 데 일조한 P2W(Pay to win) 구조를 배제해 'K-게임'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찬반 대립만 이어질 뿐, 관련 논의가 제자리 걸음에 멈춰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게임을 국가 수출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어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고, 업계 및 게임 이용자들에게 혼선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이장주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게임인 속풀이 토크쇼'에서 "찬성과 반대를 넘어 관련 쟁점을 명확히 해야 제대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해당 이슈는 문화와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섣부른 도입은 지양하고, 책임감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