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모빌리티쇼’가 4일 개막했다.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행사는 기존의 모터쇼와 달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수소차부터 픽업트럭, PBV까지,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을 제시했다. 첫 참가한 중국 BYD는 합리적인 가격과 실속형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에 나섰다.
■ 현대차, 넥쏘·아이오닉6 수소·전기차 ‘정공법’
올해 서울모빌리티쇼는 12개국 451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가장 치열한 신경전은 현대차와 중국 BYD다. BYD는 현대차 바로 옆에 부스를 배치하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 전시에서 호세 무뇨스(왼쪽 세 번째) 현대차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수소 전기차 ‘디 올 뉴 넥쏘(왼쪽)’와 세단형 전기차 ‘더 뉴 아이오닉6’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
특히 현대차는 이번 전시에서 차세대 수소차 ‘디 올 뉴 넥쏘’와 전기차 ‘더 뉴 아이오닉 6’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디 올 뉴 넥쏘는 5분 내외 충전으로 7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새로운 경쟁사가 들어온다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더 튼튼해질 수 있는 기회”라며 바로 옆에 전시장을 마련한 중국 BYD의 국내 진출에 대해서도 문제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디 올 뉴 넥쏘’는 2018년 출시 이후 7년 만에 완전 변경된 모델로, 현대차의 최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해 내구성과 효율성을 모두 끌어올렸다. 5분 내외의 짧은 충전 시간에도 7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며, 수소차의 실용성과 경제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외관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주간주행등(DRL)을 미래지향적으로 재설계했고, 실내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페인트 등의 친환경 마감재를 대거 적용해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현대차 수소 전기차 '디 올 뉴 넥쏘'의 디자인이 된 LA오토쇼에서 첫 선을 보였던 이니시움. (사진=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 6’는 기존 모델 대비 전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이 간결하고 세련되게 다듬어졌고, 전반적인 유선형 라인이 강조돼 공력 성능을 개선했다. 실내 구성도 UX 관점에서 재정비되어 디지털 클러스터와 중앙 디스플레이의 연결감이 강화됐다. 고성능 라인업인 ‘아이오닉 6 N 라인’은 대형 공기흡입구가 적용된 범퍼, 전용 휠, 디퓨저 등으로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했다. 주행 성능도 고성능 전기차에 걸맞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콘셉트 모델 ‘인스테로이드’는 영상 게임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대중성과 실험정신, 두 마리 토끼를 쫓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 기아, 타스만과 PV5로 실용 전동화 전략
기아의 전시 공간은 효율과 실용으로 채웠다.
특히 ‘타스만 위켄더’는 픽업트럭이라는 장르를 기아식으로 재해석한 대표 모델로, 강력한 차체 라인과 무광 컬러, 간결한 조형은 군더더기 없는 픽업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
이 픽업트럭은 후륜 기반 2속 ATC 시스템이 탑재돼 험로 주행 성능은 높아졌고, 트레일러 견인 성능도 개선돼 상업용·레저용 이중 콘셉트를 동시에 겨냥했다. 전시차에는 루프 캐리어와 야외 테이블, 캠핑 모듈도 함께 구성돼 있어 실사용을 염두에 둔 설계라는 인상을 줬다.
차명 ‘타스만’은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의 바다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대한 상징적 의미도 담겼다. 기아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기아 픽업트럭 타스만. (사진=기아)
기아 PBV 콘셉트카 PV5. (사진=기아)
PBV 콘셉트카 PV5는 ‘이동 수단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차량은 전기 기반의 다목적 차량으로, 모듈형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버전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슬라이딩 도어, 넓은 실내, 낮은 플로어 설계 등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전형이며,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해 물류 배송, 교통약자 이동, 이동형 사무실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LG전자와 협업한 ‘스필라움 스튜디오’도 주목됐다. PV5의 공간 활용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다. 전시된 콘셉트카는 실내를 이동식 오피스로 꾸민 형태였으며, 디스플레이, 책상, 스마트 조명 등이 설치돼 실제 근무 환경과 흡사한 구조였다.
■ 현대모비스, 게처럼 옆으로 가는 드라이빙 기술 선봬
현대모비스는 기술 자체보다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중심에 두고 전시를 구성했다. 이번에 공개한 홀로그램 HUD는 기존의 디지털 클러스터나 단순한 HUD와는 차원이 달랐다.
운전자 눈앞 유리창 전체에 내비게이션, 경고등, 미디어 정보 등이 3D처럼 떠오른다. 이는 독일 자이스(ZEISS)와 협업한 결과물로,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브랜드의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현대모비스 'e-코너 시스템' 장착 차량의 실증 주행 모습. 네 바퀴를 각기 다른 각도로 전개해 마치 피겨스케이팅의 스핀 동작처럼 제 자리에서 회전하는 ‘제로턴’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또한 전시된 자율주행 플랫폼 ‘모비온(Mobion)’은 크랩 드라이빙(측면 이동), 360도 회전이 가능한 기술을 탑재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단순한 기능 시연이 아니라, 실제 주차나 골목길 회전 같은 실생활 시나리오를 전제로 구성된 점이 눈에 띄었다.
현대모비스는 테크 갤러리, 주니어 엔지니어링 클래스 등 체험형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기술이 어렵고 먼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도 흥미를 느끼고 직접 조작하며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콘텐츠들은 브랜드의 ‘소통 방식’으로서 인상적이었다.
■ BYD, 첫 참가…현대차 옆에서 아토3·중형세단형 씰 전시
서울모빌리티쇼에 첫 참가한 중국 BYD는 현대차 부스 바로 옆에 대규모 전시관을 차리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수입 완성차 브랜드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설치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전략이었다.
BYD코리아는 이날 중형 전기 세단 ‘씰(Seal)’을 국내 최초로 공개하고 사전 예약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씰’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20km(유럽 기준)까지 주행 가능하며,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 부문 대표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제외하면 4750만~5250만원에 판매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BYD 중형세단 전기차 씰 (사진=BYD코리아)
BYD의 국내 두 번째 모델이자 전략형 SUV ‘아토3’도 함께 전시됐다. 아토3는 전날 환경부로부터 국고 보조금을 확정받아 고객 인도를 시작했으며,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할 경우 2000만원대 후반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는 “BYD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는 없었으며, 지속적으로 더 나은 기술과 제품을 한국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연말까지 국내 전시장을 15개에서 30개로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CTB 구조(차체 통합형 배터리 구조), 블레이드 배터리(가열 안전성과 공간 효율이 높은 배터리 형태), e-플랫폼 3.0(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같은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보다 더 강조된 건 '시장 침투 전략'이었다. 시승존에선 아토3를 직접 몰아볼 수 있었고, 일부 전시 부스는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놀이 공간’처럼 꾸며졌다.
■ 벤츠·BMW, 고성능 프리미엄도 알려…2세대 AMG GT 공개
서울모빌리티쇼의 또 다른 축은 수입차 브랜드들이 채웠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고성능 2도어 쿠페 ‘메르세데스-AMG GT’의 2세대 완전 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퍼포먼스 중심 라인업을 강화했다. 여기에 패션 브랜드 몽클레르와 협업해 제작한 ‘G-클래스 패스트 투 퓨처’ 한정판을 세계 20대 한정으로 소개하며 라이프스타일과의 결합도 시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2세대 '더 뉴 AMG-GT' 차량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주양예 BMW 코리아 브랜드 총괄 본부장이 BMW 뉴 iX M70 x드라이브(왼쪽)와 뉴 i4 그란 쿠페(오른쪽)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BMW 코리아)
BMW그룹 코리아는 순수 전기 스포츠액티비티차(SAV) ‘BMW 뉴 iX M70 xDrive’를 공개하며 전기차 시대에도 퍼포먼스를 잃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포르쉐코리아는 브랜드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모델인 ‘911 카레라 4GTS’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이 모델은 제로백(시속 0~100km 도달 시간) 3초의 성능을 갖춰 포르쉐 전통의 스포티함과 하이브리드 기술을 결합했다.
서울모빌리티쇼는 13일까지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