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7일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를 방문하여 아연 생산 공정과 환경관리 현황을 설명 듣고, 철저한 환경안전 관리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 재판부 “자체 처리 노력 없이 위탁…공정거래법 위반 아냐”
고려아연과 영풍의 황산 처리 갈등이 법원의 판단으로 일단락됐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8일 영풍이 제기한 ‘황산 취급대행 계약 종료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황산을 더 이상 위탁 처리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 거절이나 지위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법원은 “계약 종료 통보는 정당한 권리 행사이며, 대체방안 없이 위험물 처리 책임을 타사에 의존한 영풍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양사의 20년 황산 처리 대행 계약은 공식 종료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영풍은 2003년부터 황산 처리를 고려아연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면서도 “그 오랜 기간 동안 자체적인 처리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채 거래를 지속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은 “계약 종료는 사전에 통지됐고, 대체 수단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며 “황산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거나 수출하는 등 현실적인 방법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 조정 결렬 이후 MBK와 손잡은 영풍…경영권 분쟁으로 확전
이번 분쟁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아연은 ESG 규제 강화, 위험물 안전관리 리스크 증가, 자사 황산 처리 시설 노후화 등을 이유로 영풍에 황산 취급대행 계약 종료를 통지했다. 그러나 영풍은 계약 연장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조정 과정에서도 1년 연장 또는 7년 유예안을 요구했지만 결국 강제조정(1년 6개월)안이 무산되며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이후 갈등은 단순한 계약 문제를 넘어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됐다. 영풍은 법적 다툼 직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과의 75년 동업 관계 종료를 선언했다. 업계에선 영풍이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를 활용해 황산 및 폐기물 처리 부담을 넘기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폐기물 책임' 떠넘기기 논란…판결로 일단락
영풍은 고려아연의 물류 취급 종료 통보 이후, 동해항 수출 설비 및 석포제련소 내 황산 탱크 등을 활용해 물류 처리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기존 저장 탱크 2기에 더해 1기 추가 설치도 추진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환경과 안전 리스크를 떠넘기려는 영풍의 무책임한 태도에 제동을 건 결과”라며 “앞으로도 준법경영과 환경 보호, 지역사회 안전 수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