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개발중인 전기용융로(ESF) 시험 설비에서 쇳물이 출선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미국발 철강·알루미늄 50% 고율 관세가 본격 시행되면서 우회로조차 없는 한국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뒤늦게 국회에서 ‘K-스틸법’이 발의됐지만 효과를 거두려면 지금이라도 속도를 높여 실질적 지원책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50% 관세 직격탄…대미 수출 20% 이상 급감

미국발 철강·알루미늄 50% 고율 관세가 지난 6월 4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7월 대미 철강 수출량은 18만8439t으로, 전년 동월(24만72t) 대비 21.6% 감소했다. 대미 수출이 20만t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 처음으로 고율 관세 여파가 본격 반영된 결과다.

한미 무역협상에서 자동차 등 다수 품목의 관세율은 25%에서 15%로 낮췄으나,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핵심 소재 품목은 예외로 남았다. 일본과 EU 역시 철강 관세 인하에는 실패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완화했다. 일본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통해 내년부터 미국 현지 생산이 가능하고, EU 기업들도 합작·제휴 형태의 현지 공장을 확보했다.

탄소세까지 겹친 ‘이중 부담’

우리나라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상업 가동은 2029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당분간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지 생산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고율 관세를 피해갈 방법이 마땅치 않다.

내년부터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면 관세와 탄소세가 동시에 철강업계를 압박한다. 한국 철강 수출 중 CBAM 적용 품목의 비중은 90% 이상으로, 대한상공회의소는 향후 9년간 업계 부담이 2조64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고로(용광로) 중심의 국내 생산 구조는 단기간에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다. 포스코의 2023년 단위 생산량당 배출량은 2.02tCO₂로 전년과 비슷했고, 현대제철은 1.45tCO₂로 오히려 늘었다. 일부 기업은 조강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감축 폭이 5% 미만에 그쳤다.

■ ‘K-스틸법’ 속도전이 관건

이 같은 상황에서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K-스틸법’이 업계의 유일한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법안에는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탄소중립 기술 R&D 지원, 녹색철강 특구 지정, 세제·금융 지원, 수입 규제 강화 등이 담겼다. 특히 수소환원제철 설비 투자 세액공제와 연구개발 지원이 가능해져 장기 경쟁력 확보에 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처럼 미국 내 직접 생산 거점을 확보하지 않으면 관세 리스크는 반복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법안 추진 속도를 높이고 시장 다변화, 고부가 제품 확대, 친환경 인증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