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허영 원내정책수석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 다시 상정된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 거부권으로 폐기됐던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되면서 여야의 치열한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기업을 죽이는 법’이라며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한 노동조합법 2조와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제한한 3조의 개정이다. 경영계는 이 두 조항 모두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는 “원청 책임 확대는 타사 인력까지 책임지는 불합리한 구조를 만들며 손배소 제한은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합법파업, 왜 이리 어려운가···정리해고도 파업 이유 안돼

현행 노동법 체계에서 ‘불법’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훨씬 좁은 범위에서 사용된다.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이뤄진 쟁의행위는 대부분 불법으로 간주되고 정당한 목적이나 절차를 따랐더라도 사측이 다툴 여지를 확보한 경우 많다. 근로조건(임금, 복지 등)을 쟁의의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은 파업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이같은 까다로운 조건은 정규직 노조에게도 부담이지만, 비정규직·하청·플랫폼 노동자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은 대부분 원청과 직접 교섭이 불가능하거나 교섭권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2021년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불법파업으로 규정된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노총이 지난달 21일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즉각 통과를 촉구하면서 농성에 돌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 불법 뒤에 따라오는 ‘무한 손해배상’…비정규직·하청 노동자에 집중

불법 파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뒤따라오는 것은 손해배상 청구다. 쌍용차의 경우 2009년 공장점거파업 이후 사측이 노조와 조합원에게 1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 청구는 현실에서 주로 비정규직·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2022년 총 51일간 임금인상·노조 활동 인정 등을 요구한 하청노조를 상대로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11월 울산공장 점거에 참여한 비정규직지회 78명을 형사고소하고 162억 원 손배소 청구했다. 2021년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의 불법파견을 지적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고 같은 해 사측은 180명을 상대로 200억원의 손해배상, 461명을 상대로 46억1000만원의 손배를 청구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 쉽게 처벌받고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게 되는 역설이 노란봉투법 개정안의 제안을 불렀다. 원청도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한 2조의 개정은 그동안 교섭조차 할 수 없었던 하청노동자에게 처음으로 교섭권을 열어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또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한 조항은 과도한 금액을 무기로 삼아 파업을 억제하던 관행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

■ 노란봉투법 개정,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이 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개정안의 문구는 여전히 모호하고 ‘중대한 과실’의 기준 역시 향후 사법부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이 바뀌더라도 사법부가 여전히 사용자 편에 선다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법안 상정과 동시에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예고된 가운데 그 입법 여부가 다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