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경총에서 노동조합법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경영계는 법안 내용 곳곳에 “산업 생태계를 뒤흔드는 독소조항이 숨어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 범위의 확대, 노동쟁의의 정의 확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 세 가지 조항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과 법적 방어권을 침해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경영계는 이 법안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개선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 활동의 근간을 흔드는 방식은 문제”라며 입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해당 법안에 대해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노동조합에만 부진정연대책임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형평과 정의에 반한다”며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었다.

■ 사용자 범위 확대… “지배력 기준 모호, 원청 책임 무한정 확대”

노란봉투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사용자’ 정의의 확장이다. 기존 노동조합법 제2조는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을 맺고 임금을 지급하며 지휘·감독하는 당사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에 포함시키며 원청 기업도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이 고용한 적도 없는 외부 인력까지 관리·책임지라는 것”이라며 “원청이 수백 개 협력사 노조와 교섭해야 한다면 경영은 사실상 마비된다”고 반발했다. 경총 관계자는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향후 노동분쟁을 둘러싼 소송이 급증할 것”이라며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유치나 기업활동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 노동쟁의 범위 확대… “권리분쟁까지 파업 허용되면 기업 의사결정 마비”

개정안은 노동쟁의의 정의에서 ‘근로조건의 결정’을 명시한 문구를 삭제하고, 파업의 사유를 ‘노동자의 권익 보호’ 전반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근로시간 협상 외에도 해고, 징계, 계약해지 등과 같은 권리분쟁 사안도 쟁의행위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경영계는 “경영상 판단이나 인사 결정에 대해 파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사실상 기업의 의사결정권은 무력화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적 절차로 해결해야 할 해고자 복직 요구 등이 파업 명분으로 인정될 경우, 현장 혼란과 업무 마비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는 “근로조건 외의 문제에까지 쟁의행위가 확장되면 노사분쟁은 관리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다”며 “권리분쟁은 사법절차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 손해배상 책임 제한… “불법행위 견제 장치 사라져”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도 담고 있다. 현행법은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한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이 연대책임을 지는 구조지만 개정안은 사용자가 노동자 개개인의 고의·과실을 입증해야만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문턱을 높였다. 경영계는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되면, 쟁의행위의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기업들은 노조의 불법 점거, 생산차질 등에 따른 수백억 원대 피해를 호소해 왔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에 대한 배상 청구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으로 출발했지만 경영계는 법안이 “노동권 보호라는 명분 아래 산업현장의 자율성과 경영상 판단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법안의 일부 표현은 사용자 개념을 모호하게 확대하고, 노동쟁의의 범위 또한 명확한 기준 없이 넓혀지면서 오히려 노사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법 체계가 일방의 입장만을 반영할 경우, 우리 사회를 노동자와 사용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 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은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구조와 노사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법안이다. 진정한 노동권 보호와 지속가능한 기업활동을 함께 실현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대립을 넘어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균형 잡힌 논의와 제도적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