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D한국조선해양)
이재명 정부가 ‘K-조선 르네상스’를 앞세워 조선·해운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재정비한다. 친환경·자율운항 선박부터 특수선, MRO(정비·유지·보수), 스마트야드 구축, 북극항로 개척까지 포괄하는 전방위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과거 ‘세계 1위 조선강국’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청사진이다.
■ “조선은 국가 자산”… 5대 육성 전략으로 대전환 선언
이재명 대통령은 조선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며 ‘K-조선 5대 전략’을 내놨다. ▲친환경·자율운항 선박 중심의 미래시장 선점 ▲해상풍력 연계 조선산업 육성 ▲설계부터 품질까지 전 공정 디지털화(스마트야드 구축) ▲중소 조선사 금융지원 확대 ▲특수선·MRO 산업 집중 육성 등이 핵심이다.
정부는 AI·로봇 기반 자동화, 친환경 선박 기술 상용화, 작업자 안전 강화, 설계 인력 양성 등을 함께 추진하며 산업구조 전환에 나선다. 특히 LNG·전기 선박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메탄올·수소·선박용 배터리 등 친환경 추진체계의 조기 상용화도 병행한다.
장기간 수주난에 허덕였던 중소 조선사들에겐 오랜만에 실질적 기회가 왔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무역보험공사의 특례보증을 확대하고, 은행권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 조선사 입장에선 글로벌 수주전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용도 문제로 보증서 확보 자체가 어려워 수주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많았다”며 “정부가 보증을 서준다면 중소 조선사들도 글로벌 수주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 부울경·북극항로·수출을 잇는 ‘K-해양 삼각축’… 해수부 이전 또 부상
이 대통령은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을 축으로 조선·해운·항만을 잇는 지역 균형 전략도 내세웠다. 부산을 북극항로 개발의 컨트롤타워로 삼고, 관련 연구기관과 기술 인프라를 집적해 육해공을 연결하는 ‘트라이포트(Tri-port)’ 구상도 제시했다.
이와 맞물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국적 선사 HMM의 본사 이전론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수부 노조는 “껍데기 이전보다 실속 있는 권한 분산이 중요하다”며 정책·예산은 세종, 집행력은 부산으로 나누는 ‘전략적 기능 재편’을 제안했다. 지역 균형발전의 상징성과 실효성 간 충돌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7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폐쇄 위기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쇠퇴한 조선소 지역 ‘기업 책임론’…단순 이전 아닌 ‘기능 재구축’ 필요
조선업 쇠퇴로 위축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지원은 늘어나는데 정작 기업은 지역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대형 조선소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된 점과 지역 투자·채용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 지적된다. 지역에서는 “예산과 공공기관만 내려오고 기업은 빠져 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조선업을 되살리려면 지역 고용·생산 거점을 되살리는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기 위해선 정교한 협업 구조와 로드맵이 핵심이다. 조선·해운 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의 역할이 얽혀 있어 단일 부처 주도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조직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실질 권한을 조율하는 기능 중심의 거버넌스 설계, 그리고 중장기 수출 전략과 연계된 민간 파트너십 강화가 K-조선 르네상스를 실현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