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제조업으로 재편되는 산업의 심장

철강·조선·석유화학 등 이른바 굴뚝산업에 AI와 반도체, 수소 기술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는 전통 산업을 ‘디지털 제조업’으로 전환하며 산업의 판을 다시 그린다. 여기에는 단순한 업종별 지원을 넘어 산업 권력의 판 자체를 바꾸겠다는 국가 비전이 깔려 있다. 산업정책이 단순한 성장률 지표가 아닌 국가 정체성과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 축이 되는 시대가 왔다.

정부는 초거대 GPU 인프라와 AI 특화 클러스터, 수소환원제철과 디지털 선박설계 등 첨단기술 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민간투자 100조원 이상을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RE100 기반 저탄소 산업단지 조성, 배출권 연계 R&D 예산 확대 등 녹색 전환과 연계한 산업 생태계 전환도 병행된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개발센터 전경 (사진=포스코)

■ 디지털 제철소·스마트야드 등 전통산업 체질 개선 속도

지난 대선 후보자 시절 이재명 대통령은 광양 유세 당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새로운 방식으로 앞서가야 한다”며 그 해답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강조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로(高爐) 상태 예측, 쇳물 품질 자동 감지,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 등을 AI 기반으로 구현한 ‘디지털 제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비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24시간 쇳물의 상태를 감시하고 불량률을 예측·제어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을 수소로 직접 환원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기술 고도화와 인프라 확충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탄소중립 기술 확보를 국운 걸린 과제로 삼겠다’는 선언에 비해 정부의 재정 투입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독일·스웨덴 등이 수소환원제철 대규모 실증에 수조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민간 주도에 기댄 상태다.

한화오션·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3는 AI 기반 자동용접, 디지털트윈 설계, 부재 자동추적 시스템 등 스마트야드 기술을 속속 상용화 중이다. 정부는 “디지털 제조업은 곧 전략 산업”이라고 선언하며 조선업의 고도화와 탈탄소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스마트야드는 노동 집약적 공정에 자동화·AI를 투입함으로써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인프라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대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 효율성 강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조직 정비 등을 통해 유능한 정부 구조로의 조직 재설계를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AI 3대 강국 성공 여부…중요한 건 속도와 실행력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이었던 ‘AI 3대 강국’은 이제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정부는 AI 고속도로 건설을 목표로 ▲GPU 5만개 이상 인프라 ▲AI 특화 데이터센터 ▲민간 100조 투자 유치 ▲AI 인재 비자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AI 관련 민간 투자는 이미 본격화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과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울산광역시 미포 국가산업단지에 수조원을 들여 100메가와트 규모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카카오도 경기도 남양주시에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R&D(연구 개발) 센터 등 AI 디지털 허브를 구축한다. 투자 규모는 최대 6000억원 수준으로, 이르면 내년 착공해 2030년 가동을 목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AI 고속도로의 시작점은 지역 산업 중심지로 확장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산업 비전은 단순한 기술 투자 확대가 아니다. 전통적 프레임을 넘어 ‘기존 산업의 구조 재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U는 이를 ‘가치와 생존의 전략’이라 규정하고, 미국은 IRA·CHIPS법으로 산업패권을 다시 그리고 있다. 한국도 방향은 정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실행력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제조업 국가’의 비전을 현실로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