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성곤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탄소 감축 투자 유인을 강화한다는 정부의 구상이지만,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비용 급등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발전 부문 유상할당 50%까지 확대

환경부는 최근 공청회에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 배출권 할당계획을 공개하고,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2030년까지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발전 외 부문은 10%에서 15%로 확대된다. 탄소누출 위험 업종과 학교 등 특례 업종은 현행 무상할당을 유지한다.

환경부는 “배출권 가격을 현실화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촉진하겠다”며 “증가된 유상할당 수입은 산업 탈탄소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부 총량과 시장안정화 예비분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기업 “원가 급등·수출 타격 불가피”… 발전 5사도 SOS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은 중국발 공급 과잉, 원자재·전력 가격 상승으로 이미 고전 중이다. 여기에 배출권 구매 비용이 더해질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발전공기업 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도 정부에 SOS를 쳤다. 유상할당 확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발전사들의 배출권 부족량은 2026~2030년 누적 3800만톤, 현 시세로 약 4조원 규모다. 발전업계는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해 무탄소 인프라 투자와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율이 50%로 확대되고 배출권 가격이 톤당 3만원까지 오르면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은 연간 2조5000억~5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경기 침체와 지정학 리스크로 이미 부담이 큰 제조업계에 또 다른 충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족쇄인가, 탈탄소 투자 유도책인가

전문가들은 유상할당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2026년 15%, 2027년 20%, 2028년 30%, 2029년 40%, 2030년 50%와 같은 단계적 상향과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유럽은 유상할당 100% 적용과 동시에 산업·가정에 에너지 요금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한국도 유사한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제도 도입 이후 ‘실효성 부족’과 ‘기업 부담 과소’라는 상반된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다. 이번 개편은 정부가 가격 정상화를 통한 제도 실효성 강화에 나선 첫 시도다. 그러나 산업계는 원가 경쟁력 상실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