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현황(자료=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CDMO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처음 설립됐을 당시만해도 인천 송도부지에 3만리터 규모의 1공장 건립을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1공장과 2공장을 각각 25개월, 29개월만에 세우더니 올해 4월 5공장까지 1년만에 완공하면서 총 '78만4000리터'란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 반도체에 이은 새로운 바이오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삼성이 지난 2010년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낙점한 뒤 이듬해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음에도 시장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글로벌 성장 전망이 유망한 분야지만, '무모한 도전 아니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삼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2020년까지 매출 1조8000억원을 이룬단 청사진 아래 10여년간 2조1000억원을 쏟아붓겠단 모험을 시작한다.

■무모했던 도전?…바이오 불모지를 세계 1위로 만들다

그렇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허허벌판의 간척지였던 인천 송도에서 직원 30명으로 시작했다. 창립 한달 후인 2011년 5월 인천 송도에서 1공장 착공식을 열고 3만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상 공장 건설에 들어간다. 그러나 공장이 완공된 후 수주가 들어와야 공장 가동이 가능했다.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FDA, EMA와 같은 각국의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제산업으로 사람의 생명과 연관된 산업인 만큼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은 세계적인 브랜드지만 당시 바이오 분야에서는 예외였다. 삼성이라는 네임벨류는 바이오산업에서는 통할 리가 만무했고 바이오 제약산업에서 중요시하는 생산경험, 즉 트랙레코드가 없었기 때문에 수주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의 담당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트랙레코드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을 건설 중인 1공장으로 끊임없이 초청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노력 끝에 2013년 7월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인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의약품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했다. 석 달 뒤인 10월에는 스위스 로슈와의 계약을 기점으로 수주 행렬이 시작됐다.

세계를 놀라게 한 15만리터 규모 제2공장 건설

글로벌 고객 수주가 이어지고 업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2013년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공장 착공에 나섰다. 1공장 건설 당시 공장 건설에 대한 경험도 부족했고 수주에 대한 확신도 없었던 탓에 업계 평균인 3만리터의 규모로 건설했지만 2공장은 당시 업계 최대 수준인 9만리터를 넘어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1.8배 이상 큰 15만4000리터의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바이오산업 분야에 진출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 업계 최대인 15만리터 규모의 공장을 건설한다는 발표에 업계는 놀라움과 걱정스러움을 동시에 표했다. 당시 일부 글로벌 고객들은 직접 회사를 방문하기도 했으며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해외제약사 고위 임원은 직접 미팅을 요청해 담당자가 직접 찾아가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반도체와 바이오 공정이 유사하다는 점을 착안해 업계 최초로 병렬공법을 적용했다. 병렬공법은 설계, 조달, 시공 등 공장 건설의 주요 공정을 동시에 진행해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공법으로 외관을 올리는 동시에 배양기와 물탱크, 클린룸 등 주요 시설물을 설치해 공사기간을 단축했다. 이에 따라 건설 기간이 동종 업계 대비 9개월(40%) 단축됐고 설비 대비 투자비 또한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 경쟁력을 쌓은 삼성의 노하우가 적극 반영된 결과였다.

급증하는 매출에 생산능력 대폭 확대 시작

15만4000리터 규모의 2공장이 완공된 2015년 2월을 기점으로 삼성바이오의 연매출은 급상승했다. 2015년 별도기준 913억원이였던 매출은 2016년 2946억원, 2017년 4646억원으로 2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끊임없는 글로벌 수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11월 18만리터 규모의 3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3공장은 2년만인 2017년 11월 준공을 마치고 2018년 10월 cGMP(FDA가 인정하는 의약품 품질관리 기준) 생산을 시작했다.

3공장 건설로 36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24만리터 규모의 4공장을 착공했고 2023년 6월 전체 가동을 시작했다. 4공장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3공장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이 총집약 됐다. 고수율 세포배양기술 N-1 Perfusion, 기업 품질 통합 시스템 통한 데이터 디지털화, 사이버 보안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고품질의 바이오의약품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4월 18만리터 규모의 5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제2바이오캠퍼스 시대를 본격화 했다. 1~4공장 운영 경험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와 최신 기술을 집약해 건설된 5공장은 2025년 4월 가동을 시작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78만4000리터로 압도적인 글로벌 1위 수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신규 CMO 브랜드 엑설런스를 출시해 일관된 품질의 의약품을 신속 공급하기 위한 기반도 갖췄다. 2032년까지 총 7조 5000억원을 투자해 동일한 생산규모의 공장 3개를 추가 건설해 총 132만4000리터 규모의 '초격차'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견조할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올 3분기 누적 매출 4조2484억원, 영업이익 1조6911억원의 실적을 달성해 올해 매출 전망치는 전년 대비 25~3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