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ANUGA) 2025' 삼양식품 부스에서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국내 식품기업들이 ‘식음업계 CES’로 불리는 ‘아누가 2025’ 공식 주빈국(파트너국)으로 참여하며 유럽시장 공략 가속화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식품 기업들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유럽 소지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박람회 참가로 미국과 동남아를 넘어 유럽을 집중 공략할 발판을 마련, 글로벌 무대 확장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누가(Anuga)’는 대한민국을 ‘공식 파트너 국가’로 선정했다. 아누가 2025는 독일 쾰른(Cologne)에서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식음료 박람회다. 전세계 118여 개국에서 16만명 이상이 찾는 글로벌 행사로, ‘식품업계의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라 불리며 업계의 혁신과 미래 트렌드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평가받는다. 지난 4일부터 8일 까지 열린 올해 행사의 경우 독일 쾰른메세(Koelnmesse)와 한국식품산업협회(KFIA)가 협력해 “Flavour meets Trends(맛과 트렌드의 만남)”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관을 중심으로 무대에서 펼쳐지며 K-푸드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독일에서 집결한 K-푸드, 현지 반응 '터졌다'

아누가2025에 참여한 풀무원 부스. (사진=풀무원)

이번 행사에 참여한 삼양식품 부스는 방문객들로 연일 붐볐다. 하루 최대 7000여명이 삼양식품 부스를 찾아 제품을 시식하고 이벤트에 참여하며 불닭 등 삼양식품의 다양한 제품들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도 힘을 보탰다. 김 부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ANUGA) 2025’ 현장을 찾았다. ‘Buldak Spicy Club’을 콘셉트로 구성한 삼양식품 부스를 찾은 김정수 부회장은 현장을 살피고 글로벌 식품외식산업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홍보에 힘을 실었다.

또 프랑스 대형채널 유통전문업체 ‘SRG International’社와 프랑스 현지 유통에 관한 MOU를 체결해 유럽시장 진출 가속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네덜란드에 위치한 삼양식품 유럽법인을 방문해 현지 사업 현황과 시장 상황 등을 점검했다.

올해 처음으로 아누가에 참가한 풀무원 역시 이번 박람회에서 풀무원은 ‘정통 K-푸드의 맛과 즐거움(Authentic K-Food, Crafted to Taste Good Feel Good)’을 콘셉트로 두부, 아시안 누들, 김치, 식물성 지향 혁신제품 등 총 45종의 대표 제품을 선보였다. 행사 기간 동안 풀무원 부스에는 하루 평균 약 1700명의 방문객이 몰렸으며, 두부텐더, 두유면, 식물성 스테이크, 고추장 납작 지짐만두, 볶음우동, 떡볶이, 짜장면, 냉면, 호떡, 주먹밥, 김치 등 인기제품 12종의 시식 행사를 진행했다.

현지 방문객들은 맛과 건강을 모두 갖춘 풀무원의 정통 K-푸드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유럽 내 어느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는 등 연일 방문객들의 높은 관심이 계속됐다. 또한 행사장을 찾은 독일 연방농업식품부 알로이스 라이너(Alois Reiner) 장관과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도 풀무원 부스를 방문해 두부텐더, 식물성 스테이크 등 풀무원의 식물성 지향 혁신제품을 직접 체험하며 현지의 이목을 끌었다.

현지 언론들의 관심도 높았다. 현지 공영방송사 WDR(Westdeutscher Rundfunk, 서독일방송)에서는 다수의 방문객이 풀무원 부스를 방문하는 장면과 식물성 지향 혁신제품 시식 반응 등을 전격 취재하고 이를 방송으로 보도하면서 풀무원 정통 K-푸드에 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조명했다. 또 풀무원은 박람회 기간 독일 최대 유통사 에데카(Edeka) 쾰른 매장에서 ‘풀무원 K-푸드존’ 팝업스토어 행사를 진행했다. 냉장 8종·냉동 7종의 제품을 선보이며 현지 소비자 및 바이어의 접점을 확대했다.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 그룹(회장 윤홍근)도 아누가에 참가해 ‘K-치킨’을 알렸다. BBQ는 이번 아누가에서 18㎡ 규모의 부스 2개를 열고 한국 치킨의 정통성과 글로벌 현지화를 결합해 유럽인들의 입맛을 고려한 ▲양념강정 ▲갈비맛 강정 ▲매콤순살 ▲바삭안심을 선보인다. 100% 국내산 닭가슴살과 안심을 활용해 BBQ 치킨대학 산하 R&D센터 ‘세계과학식문화연구원’에서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들을 공개했다. BBQ는 현장에서 10여개국 주요 유통업체와 닭가슴살, 안심살 제품 뿐만 아니라 소스류 공급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하는 등 현지 반응도 뜨거웠다.

BBQ 관계자는 “이번 아누가 참가를 통해 BBQ 만의 정통성과 노하우를 녹여낸 K-치킨을 유럽 시장에 선보여 뜻깊다”며 “한국의 맛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다보니, 한국의 대표 치킨 BBQ의 제품과 함께 소스류에 대한 관심도 커서 향후 시장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샘표는 발효 기술을 앞세워 건강식 트렌드에 부합하는 대표 참가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이번 아누가에서 식물성 요리 에센스 ‘연두’는 콩 발효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아누가 2025 혁신 제품’으로 선정됐다. 대상은 ‘오푸드’와 ‘종가’ 브랜드를 통해 김치, 된장, 고추장 등 전통 발효식품을 글로벌 기준에 맞춘 형태로 선보였다. 유럽 현지에서 생산한 맛김치와 고추장, 고추장 소스를 공개하고 김치를 활용한 퓨전 레시피도 소개했다. 농심은 ‘신라면 분식’을 콘셉트로 시식 부스를 운영하고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신제품은 매콤한 볶음김치 페이스트에 청경채, 김치 플레이크, 참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美 다음은 '유럽', 아누가로 유럽 시장 진출 가속화

[사진1] BBQ 치킨_BBQ가 세계 최대 BBQ가 식음료 박람회인 ‘아누가(Anuga) 2025’에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참가해 ‘K-치킨’ 경쟁력을 입증했다. (사진=제너시스BBQ)

국내 식품기업들에 있어 유럽시장은 미국 이후로 집중 공략할 대륙이다. 이미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에 나섰던 기업들에 있어선 이번 아누가 참여는 유럽 유통사·바이어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글로벌 사업 확장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코첼라에 이어 하반기 첫 글로벌 현장 경영지로 유럽을 선택한 것도 유럽 내 불닭브랜드 인기가 확산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은 급증하는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밀양공장을 증설하고 지난해 유럽판매법인을 설립해 판매망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권역 내 대표적인 슈퍼마켓 체인인 네덜란드 알버트하인(Albert Heijn), 독일 레베(REWE)를 비롯해 2분기부터 영국 최대 유통채널인 테스코(Tesco)에도 입점을 시작하는 등 주류 마켓 입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유럽 방문은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김정수 부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라며 “김정수 부회장의 현장경영과 아누가 2025에서의 성공적인 부스 운영이 유럽시장 내 삼양식품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도 유럽 내 K-푸드 수요 확대에 발맞춰 연내 유럽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제품군과 판매 채널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아누가 참가를 계기로 현지 시장에서 풀무원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유통 파트너십 기반을 강화해 글로벌 K-푸드 선도 기업으로의 입지를 다질 방침이다. BBQ는 이번 참가를 통해 유럽 전역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산 닭가슴살·안심살의 수출 판로를 확대해 양계농가의 소득 증대와 상생협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BQ은 지난 4월에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MUFC(Multi-Unit Franchising Conference)’에 3년 연속 참가해 K-푸드를 알린 바 있다. MUFC가 '프랜차이즈 업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면, 아누가는 '식음업계의 CES'로 불리는 글로벌 무대다. BBQ는 미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두 플랫폼을 통해 K-푸드 세계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실제 풀무원은 ‘아누가2025’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기도 했다. 풀무원은 성공적인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행사 기간 중 반응이 높았던 제품의 테스트 판매 및 식물성 지향 혁신제품의 정식 입점에 대한 본격 논의가 이뤄졌다. 에데카는 독일 전역에 62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 최대 규모의 유통 체인으로, 슈퍼마켓 및 대형 마켓을 아우르는 탄탄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 전역에 60개 이상 매장을 보유한 현지 대형 아시안 마켓 채널 고아시아(Go Asia)와도 매장 내 풀무원 존을 운영하고 향후 전략적 파트너십을 지속하기로 협의했다. 아누가 행사장 내 풀무원 부스를 찾은 코스트코 유럽 및 영국 지역 담당 바이어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향후 유럽 시장 내 유통망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탁정임 풀무원 미국법인 마케팅본부장은 “풀무원은 K-푸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이번 '아누가 2025'에서 정통 K-푸드의 맛과 즐거움으로 현지 소비자 및 바이어들로부터 전례 없는 호평을 이끌어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구축한 파트너십과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유럽 시장 진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업 영역 확대를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