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가능성이 높게 평가 되고 있는 렘데시비르 복제약이 127개국에 공급될 전망이다. 공급 대상 국가에 북한도 포함됐는데 한국은 제외돼 그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5개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127개국에 복제약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제약사는 마이란, 시플라, 페로존스, 헤테로랩스, 줄리안 라이프사이언스 등이다.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 복제약 공급 대상으로 선정한 곳들은 방역인프라가 취약해 코로나19 대처가 어려운 국가들이다. 일부 고소득 국가도 포함됐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시스템 붕괴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북한과 인도, 베트남, 태국 등이 포함됐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제외됐다.
길리어드사이언스 게재문(사진=길리어드사이언스 홈페이지)
길리어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대상 국가 목록을 발표하며 “이 국가들은 거의 모든 저소득 국가들과 중하위 소득 국가들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 이용에 상당한 장애에 직면한 몇몇 중상위 국가들과 고소득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지원 제외 국가들은 이 같은 조건에 해당되지 않아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길리어드 측은 이번 라이선스 계약으로 인한 로열티는 당분간 받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가 더 이상 전 지구적 보건위기가 아니게 되거나, 렘데시비르 외 다른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로열티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렘데시비르 복제약 면허를 받게 된 5개 제약사들이 가격을 어느 수준으로 책정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길리어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방글라데시 최대 제약사 벡심코가 렘데시비르 생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약에 규정된 강제실시권을 발동한다는 것이다.
강제실시권은 국가 비상사태 및 공공의 비영리 목적을 위해 지적재산권자의 허가 없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이들은 렘데시비르 복제약을 정맥주사 형태로 생산할 것이며 1병당 5000~6000타카(약 7만2200원~8만6640원)로 책정할 방침이라고 외신 등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코로나19 감염증을 치료하는데 드는 돈은 최대 87만원가량이 되는 것이다.
지난 3일 한 미국 언론은 코로나19 감염증 치료를 위해서는 10일동안 렘데시비르를 투약해야 하며, 총 치료비는 약 4500달려(한화 551만원)라고 보도했다. 보스턴 소재 임상경제평가연구소(ICER)가 내놓은 평가 자료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렘데시비르로 코로나19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비용 때문에 상용화가 가능할지 우려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전망치보다는 치료제 가격이 현저히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아직 확정된 바는 없으니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