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사진=두루두루amc 제공)
[뷰어스=이소연 기자] 그런 의미에서 카더가든은 솔직한 가수다. 어떠한 레퍼런스를 따르기보다 그때의 내 모습을 투영한다. 재주가 있으니까 음악을 시작했고 사전을 펼쳐 제일 먼저 보이는 단어로 이름을 지었다. 그러고는 친구의 한마디로 이름을 바꿨다. 내 음악이 대단하다고 동네방네 떠들지 않는다. 그저 온전한 나를 앨범으로 표현하고 노래한다.
그러다 보니 하나둘씩 카더가든에게 귀와 마음을 열었다. 주변에는 함께 술을 마시며 왁자지껄 일상과 음악을 나누는 동료들이 남았다. 카더가든은 이들과 함께 아파트를 짓고 살아갈 준비를 마쳤다. 이 공간은 카더가든 그 자체다.
■ ‘아파트’를 만들어낸 순수한 창작
“어렸을 때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친구들은 다 아파트에 사는데 나만 아니야’ 이런 거죠. 그런 것처럼 지금의 나도 무언가 바라는 게 있잖아요. 지금 나에게 그 ‘아파트’란 좋은 음악이에요”
카더가든은 최근 정규 1집 앨범 ‘아파트먼트(Apartment)’를 발매했다. 11곡이 꽉꽉 들어찼기도 하고, 카더가든이 메이슨 더 소울에서 활동명을 바꾸고 처음으로 발매한 앨범이기도 하다. 아파트 한 채를 짓고 난 카더가든은 홀가분하다. 혼자 듣던 음악을 이제 함께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이름을 바꾼 게 음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아요. 다만 큰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전자악기를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에는 배재하게 돼요. 전자 음악 대신 비틀즈처럼 교과서 같은 음악들을 듣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담백해진 느낌이 있어요. 코러스나 기타로 그 자리를 채우니 실제 음악 데시벨도 작아지고요. 지금은 저 포함 기타 2명, 베이스, 드럼 4인조 밴드 편성을 3년째 유지하고 있어요”
카더가든(사진=두루두루amc 제공)
즐겨 듣는 장르에 따라 카더가든의 음악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특히나 ‘아파트먼트’는 순수한 창작의 개념으로 가고자 대부분의 레퍼런스를 배제했다. 자연스럽게 앨범 작업한 사람들의 역량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밴드 혁오의 오혁,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나잠 수, 파라솔, 오존, 선우정아 등이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뮤지션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참여진이 서로 친한 사이인 덕도 있다. 이들은 서로 교대하면서 녹음실에 상주하며 약 4일 만에 녹음을 끝냈다.
“맨날 같이 술 먹다가 ‘곡 작업도 한 번 해야 하는데’ 생각해서 한 명 한 명씩 부탁을 드렸어요. 다들 나를 귀여워해주세요. 함께 같이 해보니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새삼 느꼈고요. 뺏어왔다고 해야 하나 (웃음) 다들 특징이 다른데 잔기술들을 배웠어요. 마이크를 앰프에 대서 녹음하는 방식도 기타리스트마다 다르고 드럼도 다 쓰는 방식이 달라요. 내 밴드 드러머가 ‘별 차이 없는 것 같아도 들어보면 전혀 다른 소리가 나온다. 그거 하나로 무드가 달라지고 전체적인 느낌도 바뀐다’고 말하더라고요”
타이틀곡으로는 오혁과 함께한 ‘섬으로 가요’가 선택됐다. 카더가든은 “오혁이 타이틀곡 아니면 안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웃으면서도 “수록곡 ‘홈 스윗 홈(Home sweet home)’도 후보였는데 혁이가 주는 에너지가 있어서 타이틀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혁이와 내 목소리는 느낌은 비슷한데 옥타브 차이가 많이 나서 꽤 잘 어울려요. 화음 쌓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혁이의 작법을 많이 사용했어요. 혁오의 ‘톰보이’를 함께 작업할 때도 그랬는데, 후크가 2개인 거예요. 2절에서는 두 번째 후크를 없애고 바로 브릿지로 넘어가서 더 극적인 효과를 내고요. ‘섬으로 가요’도 똑같아요. 나는 시작부터 텐션을 크게 가져가는 편이라 이 노래가 내 곡 중 가장 조용하게 시작돼서 빌드 업되는 곡이에요. 따뜻한 가사에 날카로운 편곡도 재미있는 포인트에요”
‘섬으로 가요’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섬’은 다름 아닌 카더가든이 즐겨 가던 술집 이름이다. 오혁이 카더가든을 직접 인터뷰해 가사에 반영했다. 카더가든은 “그 술집 앞에서 2년 정도 살아서 진짜 많이 갔다. 거기서 재산을 다 탕진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카더가든(사진=두루두루amc 제공)
■ 목소리가 아닌 ‘노래’가 남는다는 것
카더가든은 앨범 제목을 정하고 작업에 돌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왜 하필 이 시기에 ‘아파트’라는 소재를 쓰고 싶다고 느꼈을까. 카더가든에게 지금은 무언가를 강렬히 갈구하고 갈망하는 시기인 걸까.
“문득 두려워졌어요. 목소리가 아무리 좋아도 노래가 남아야지 목소리만 남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목소리만 소비되고 있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처링에 너무 많이 참여한다든지 그런 거죠. 정작 내 음악에 설득력이 부족하달까. 예전에는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았어요. 음악에 재주가 있으니 이걸로 밥 빌어먹자는 생각이었는데, 어느 순간 진지해졌어요. 지금이라도 다잡아야 해요. 아이덴티티를 정의하지 못하면 앞으로의 음악생활은 없겠구나 싶어요. 음악 생활을 하는 게 내 인생에서 중요해진 거죠”
간혹 어떤 가수들은 “목소리로 인지되는 가수가 되고 싶다” “내 목소리를 알리고 싶다”는 꿈을 내비친다. 카더가든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생각이다. 좋은 목소리와 좋은 음악이 만나 오래도록 울려 퍼지는 노래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크다.
“지금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등 노래를 듣잖아요.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노래를 들어야 하고요. 노래가 남지 못하면 목소리가 기억되기는 힘들어요. 농담으로 유명해지고 싶다고 하는데, 단순히 유명세를 떨치고 돈 벌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남기고 싶다는 거예요. 혼자 만족하는 음악은 하고 싶지 않아요. 내 의도대로 음악을 만들지만 듣는 사람들도 생각해야죠”
카더가든(사진=두루두루amc 제공)
결국 카더가든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오래 남는, 즉 시대를 타지 않는 음악이다. 그러기 위해 본인만의 고집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멜로디뿐만 아니라 가사 역시 마찬가지다. 카더가든에게 가사는 멜로디를 채우는 요소가 아니다. 자신이 명확히 뭘 말하고 싶은지 재확인하고 무언가를 연상케 할 수 있는, 누구든 대입할 수 있는 이야기다.
“내 가사의 말투는 술 많이 먹는 미국의 수염 난 백인들? 근데 한국인인 거예요. (웃음) 일명 ‘소주 바이브’라고 생각해요. 술 마시면서 나오는 말들이 있고 술을 먹어야 할 수 있는 말들이 있잖아요”
어린 시절 카더가든의 지향점이었던 아파트는 이제 출발점이 됐다. 카더가든은 자신의 이야기와 사람들이 공존하는 아파트를 직접 지었다. 끝에 다다르는 목적지가 아니라 스스로 밟은 시작인 셈이다. 실제로 올해는 유명 웹드라마 ‘옐로우’ OST ‘간단한 말’을 부르고, ‘쇼미더머니6’에서 행주와 양홍원과 ‘서치(Search)’ 무대를 꾸미는 등 많은 계기를 통해 이름을 더 알릴 수 있었다.
“지금 내 대표곡은 ‘간단한 말’과 ‘서치’에요. 하하. 예전에는 사람 많은 술집에서도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다가와서 ‘서치, 맞죠?’ 그래요. 그래도 조금씩 저변을 넓히고 있구나 싶어요. 이제 앨범이 막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에요. 얼른 다음 앨범 준비하고 싶고 실제로 하고도 있고, 신이 나요. 아파트 지었으니 다른 건물도 지어야죠. 백화점? 면세점? 아무튼 고가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이요. (웃음)”